‘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이 자리한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東山洞)은 일본 미쓰비시 재벌의 초대 총수인 이와사키의 호인 히가시야마(東山)에서 유래했다. 명칭은 이와사키 하시야(岩崎久彌)가 자신의 아버지의 호인 ‘동산(東山)’을 따 창설한 동산농사주식회사의 전주지점이 위치했던 데서 유래했으며, 1914년 행정구역 개편시 동산리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산리는 동산촌(東山村, 쪽구름, 쪼꾸래미, 편월 片月)로, 동산리의 중심 마을로 쪼꾸래미 또 편월이라고도 한다. 동산(東山)이란 이름도 일본인 東山(히가시야마)농장이 있었기에 거기에 따른 이름이고, 쪽구름은 ‘월편운(月片雲)혈’이 있기에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고, 부근에 장이 서자 조그마한 꾸러미로 사다 팔았기에 쪼꾸래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쪽구름로(길)’는 동산동 518-2가 기점이며, 반월동 626-30이 종점이다. 쪽구름로는 동산동에서 반월동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옛부터 사용하던 지명을 명칭으로 부여했다. 본래 전주군 조촌면의 지역으로 인근 지역에서 봤을 때 마을 위에 조각 구름이 걸친 것 같은 형태이고, 운중반월형의 명당이 있다는 곳이다. ‘쪽구름’ 편운(片雲), 동산, 동산촌 등의 마을이름으로 불리었다. 동산동의 중심지를 따라가는 이 도로 옆에 조촌초교와 우석중고가 있으며, 이 길이 익산 군산으로 이어진다.
‘편운로’는 동산동 697이 기점이며, 고랑동 814-29이 종점이다. 동산동과 고랑동을 잇는 편운로는 옛부터 사용하던 지명을 명칭으로 부여하였다. 지형이 조각 구름같이 생겼고, 운중반월형의 명당이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본래의 지명 ‘쪽구름리(片雲里)’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전주시가 일제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최근 동산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명칭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동산동(東山洞) 행정동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익산시 춘포면(春浦面)은 ‘대장촌교회’‘대장촌슈퍼’‘대장촌만화점’등처럼 ‘대장촌’이란 지명이 널리 쓰이고 있다. ‘대장촌’은 전 일본수상이었던 하세가와의 조상이 춘포에 만든 대장촌(大場村)농장에서 출발했다. 1996년 ‘봄나루’란 옛 뜻을 살렸지만 아직도 마을 교회와 가게 등에서 ‘대장’이란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
임실군의 ‘관촌(館村)’,군산시의 ‘금동(錦洞)’‘미원동(米原洞)’등도 일본인들이 거주하면서 붙인 이름들로 지적되고 있다.
학자들과 사회단체 등이 나서 마을 이름을 바꿔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이 “인지도가 높은데 왜 그러냐”며 반대해 수십년째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법정 동명에 순우리말 동명을 적극 반영해 묻혀진 옛 땅이름을 되찾는 작업과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이제라도 조상들이 지은 예쁘고 아름다운 이름을 되찾는 작업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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