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와 전북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정약용의 대표적인 저술로,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에 쓴 책이다. '목민(牧民)'이란 백성을 기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목민관이란 백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스리는 고을의 수령을 뜻한다. '심서(心書)'란 귀양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목민할 마음만 있을 뿐 몸소 실행할 수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치민(治民)하는 것이 곧 목민(牧民)하는 것을 인식하고 수령의 임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전북 관련 이야기가 여러 곳에 나온다. 창강(滄江) 조속(趙涑)이 임피현령(臨陂縣令) 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대죽순 껍질로 방석을 만들어 탁단(籜團)이라 붙이고 채유후(蔡裕後)에게 보내 그의 초당(草堂)에서 쓰도록 하려 했다. 그런데 마침 채유후의 집이 초당에서 기와 지붕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탄식했다. “기와집에는 이 방석이 맞지 않다”하고 끝내 보내지 않았다. 채유휴가 이 말을 듣고 부끄럽게 여기며 탄식했다. 상국(相國) 허조(許稠)가 전주(全州)판관으로 있으면서 맑은 절개를 지키며 굳세고 밝게일을 처리했다. '비법단사 황천강벌'(非法斷事 皇天降罰) 여덟 글자를 현판에 새겨 동헌에 걸어놓았다. 이는 '법 아닌 것으로 일을 처리하면 하늘이 벌을 내린다'는 의미다.

태종 때 김희(金熙)가 남원부사로 있었다. 백성을 자 식같이 여기고 송사의 판결을 물 흐르듯이 하여 재직 몇 년 동안에 온 고을이 편안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병에 걸려 관아에서 죽었던 바, 고을 사람들이 매번 기일에 제사 지내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이익에 유혹되어서도 안되고, 위세에 굴복해서도 안되는 것이 수령의 도리이다. 비록 윗사람이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명준(李命俊)이 고산 찰방(高山察訪)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그 역(驛)이 함경도의 요지에 있어 역마(驛馬)를 타는 자들이 법의 한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요구하였으므로 역졸들이 견디어낼 수가 없었다. 그는 법률대로 집행하여 굴하지 않았다. 감사가 와도 반드시 마패(馬牌)대로만 역마를 지급하자, 감사가 노하여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다투다가 결국 조정의 명령을 요청하니, 조정에서는 그가 옳고 감사가 그르다고 했다. 오래된 폐단은 곧 고쳐졌으나 그는 마침내 벼슬을 버리고 돌아가버렸다.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벼슬은 구하지 말라” 수령이 잘못하면 백성들이 겪는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즉 목민관들이 상(賞)을 받고 주최 측에 광고·홍보비 등으로 나랏돈 100억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백성을 중심에 두고 정치제도의 개혁과 지방행정의 개선을 도모한 다산의 혜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난다. 상당수의 시장군수들은 낯부끄러운 줄 알고 수상(受賞)이 아닌, 수상(收賞) 굿판을 당장 집어치워라./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