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면 원월계(元月溪)는 논(畓)으로 둘러싸여 있는 수중(水中) 마을이며, 앞으론 금강(錦江) 상류인 주자천(朱子川)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지금으로 부터 약 260여년 전에 형성된 마을로서 당시는 사방이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이 땅좋고 물 좋은 버려진 들판을 논으로 개답(開沓)하기 위해 사람들은 닭이 우는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한다고 해서 속칭 닭이동네라 불렀고, 그후 옥토로 가꾸어 결실을 얻게 되자 지방수령이 월계(月溪)라 이름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1997년과 1998년 용담면 월계마을 주민들이 이사를 갑니다. 어쩌면 떠나는 사람보다 남아있는 사람이 더욱 더 슬픈지도 몰라요. “우리 어렸을 땐 여기가 다 백사장이었지. 놀이터도 필요없어. 애 어른 모두 거기서 놀았어” 용담댐이 가로막으며 물길은 끊겼고, 그 자리엔 풀이 무성해졌습니다. 용담다목적댐이 담수가 시작되면 아름다운 물길과 마을 등 모든 게 물에 잠기게 됩니다. “여기는 아무리 땅을 파도 바위 하나 나오지 않는 옥토지요. 밭이랑 다 두고 인자 저 위(산 중턱) 새집 지어 이사 가 봐야 어떻게 살지 답이 없어라우” 나라가 하는 일을 막을 수야 있겠느냐고 되묻는 그들은 그래도 못내 아쉬워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여기 오는 사람마다 ‘도대체 저 댐을 왜 짓느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정말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편익을 주는 댐, 생이별을 견뎌야하는 사람도 있어’ 용담호사진문화관 입구에서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를 만납니다. 해가 지날수록 그리운 그곳을 호수 너머로 밖에 볼 수 없는 수몰민의 아픔이 느껴지는 말인데요. 사진문화관의 전체적인 주제는 ‘물에 잠긴 고향, 사진에 남은 사람'입니다. 이 주제로 3가지의 다큐멘터리형식의 사진전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향수, 투쟁, 이별 이렇게 세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는데요. ‘꿈엔들 잊힐리야’는 향수편으로 담수 전의 마을과 주민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는 사진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물이 차도 안나간다’는 주제의 사진전은 투쟁장면들을 중심으로 전시했고요. ‘슬픈이별잔치’ 사진전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마지막에 이별 잔치를 여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층엔 유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몰된 지역에서 수집된 문패, 일기장, 땅문서, 족보 등 주민들의 일상적인 물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일본강점시 용담댐 건설을 반대하는 탄원서, 농지상환문서 등 유물도 함께 전시 되어있습니다.
‘시냇물(溪)이 만나 달(月)’이 된 마을, 이곳이 바로 월계(月溪)입니다. 때론 합류부 땅이 반달 모양이라 월계라 했다고도 하며, 마을앞 천에 달이 맑게 비쳐 월계란 말도 있습니다. 맑은 물이 마을 입구까지 흘러 들어 시내물에 비친 ‘십오야(十五夜)’ 달빛이 너무도 아름답고 명월과 계수(溪水)의 시를 읊는다고 해서 월계(月溪)라 부르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 않는지요. 익어가는 이 가을, 영롱한 시냇물 우짖는 새소리는 이별을 원망하는 듯합니다. <글=이종근 기자, 사진=이철수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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