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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용담

[35]용담면 호암마을의 이별

 



먼 옛날 용담면 호암마을에 살던 김효자가 노모가 병이 들어 개고기를 먹고 싶다고 함으로 주문(呪文)을 외워 호랑이로 둔갑하여 밤마다 개를 잡아다 노모를 공양했습니다. 밤마다 나갔다 들어오는 남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아내가 어느 날 숨어 남편의 둔갑술을 보고는 주문을 몰래 불태워 버리자 김효자는 다시는 인간으로 환생할 수가 없었으며 눈물을 머금고 방황하다가 죽어서 바위가 됐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마을 이름을 범바위라 부르며 한자로 호암이라 칭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는 용담면의 관문에 있는 마을로 260여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됩니다. 오늘 따라 심청이 아버지와 이별하는 대목이 생각납니다.

허허 이것 웬 말이냐. 못허지야 못하여 아이고 청아.(중략) 너의 모친 너를 낳고 칠일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본 늙은 애비가 품안에 너를 안고 이집 저집 다니며 동냥젖 얻어 먹여 이만큼이나 장성. 묵은 근심 햇 근심을 널로 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일이냐. 나를 죽여 묻고 가면 갔지, 살려 두고는 못가리라.(중략) 심청이 기가 막혀 부친을 부여안고 아이고 아버지, 지중한 부녀천륜 끊고 싶어 끊사오며 죽고 싶어 죽사리까. 아버지는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보고 좋은디 장가들어 칠십생남 하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아버지

심청전의 심청과 부친의 이별 대목이 비극적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는 대목으로, 노랫말의 극적 상황에 맞게 음악을 구성해 가며 듣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듯 참으로 구슬픈 날입니다.

한가위 같은 명절 때 할아버지나 부모님께 드리는 세배는 한번 절을 합니다. 그에 비해 돌아가신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는 절을 두 번 합니다. 이처럼 산사람과 죽은 사람에게 절하는 횟수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음양사상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1은 양을 뜻하고 2는 음을 뜻합니다. 즉 살아있는 사람은 양이고 죽은 사람은 음입니다. 그래서 절의 횟수도 음양으로 구분해 산사람에게는 한 번 절을 하고, 죽은 사람에게는 두 번 절을 합니다.

인공 때는 불바다가 되어 피란 다니기에 급급했는디, 인자는 물바다가 되야갔고 고향에서 쫓겨난당께.” 용담댐 수몰을 앞두고 이사를 가던 아짐은 다시 짐을 싸야 하는 한을 토해냈다.

1988년 용담면 호암의 한 가족이 이사를 가기 위해 조상의 모 앞에서 정성스레 절을 하고 있습니다.

이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그래도 고향을 갈 수 있는 희망은 있지. 우리는 고향을 물속에 처넣어 다시는 올수도 없소라는 수몰민들의 쓰라린 외침이 들립니다. 그리움마저 수장될까 서러운 한가위 무렵 가을날. 수몰지를 보면서 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잊혀져간 이름들이 머릿 속을 맴돈다. 강섶의 자잘한 가을꽃이 서럽게 아름다운 오늘입니다.<=이종근 기자, 사진=이철수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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