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면 여의곡(如意谷)은 진안 용담간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로 교통이 편리하고 비교적 넓고 기름진 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에 김씨 일족이 정착하게 되면서부터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모든 일이 뜻대로 잘 이루어진다고 해서 마을 명칭을 여의실(如意室)이라 불렀습니다. 그 후 주민들이 이 마을 주위에는 산골이 많으니 실(室)자를 곡(谷)자로 고치자고 해서 마을 명칭을 ‘여의곡(如意谷)’이라 개칭,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을 뒷산은 경유내룡의 거문녹존산의 남향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양생방에서 물이 들어오고 사총방으로 나간다. 천건의 태양의 터이다. 산과 물이 다소곳이 서로 조아리고 있어 자손이 총명 준수하고 먹고 살기에 풍족하여 인심이 좋다. 또한 파군방으로 물이 흘러가니 길지의 터이다. 녹존방에 파군산이 뻐쳐 반군으로 몰려패가하는 수가 있다. 뒤에는 금반이라는 형의 큰 명당이 있는데 삼정승 육판서가 나오는 곳이다. 앞산에는 옥배형의 명당이 있으며 금반 왼쪽에는 옥저와 옥병 등 금반형 주변에 해당되는 명당을 고루 갖추고 있어 마음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의 여의곡이란 마을 이름이 붙여졌다’
이는 마을의 결록입니다. 용담 망향의 동산은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용담면 지역의 주민들을 위하여 조성됐습니다.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용담면 일대 주민 741세대 2,466명이 마을을 떠나게 됐습니다. 고향을 잃은 용담면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용담호가 내려다보이는 남산에 용담 망향의 동산을 조성했고, 1999년 12월에 준공되어 개장를 하게 됩니다. 동산에는 망향의 정자·망향탑·충혼탑이 있으며, 태고정과 비석 8기 및 여의곡 고인돌이 이전되어 있습니다.
용담면 옥거리에 있던 태고정과 태고정 앞의 비석들이 수몰 지역에서 옮겨진 것입니다. 비석 8기는 삼천 서원 묘정비·신태동 휼민 선정비·이승소 청백 애민 선정비·임원실 출의 불망비·임정수 영세 불망비·정한규 청덕 애민 선정비·조강하 거사비·홍원섭 영세 불망비입니다. 여의곡 고인돌은 정천면 모정리 여의곡에 있던 것으로, 기원전 4~5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정리 여의곡 고인돌 떼가 있었던 모정리는 이미 용담호에 수몰된 상태이기 때문에 직접 살펴볼 수 없게 되었지만 전북대학교 박물관 상설 전시관 고대 문화실에 ‘진안 여의곡 청동기 시대 마을 유적’이라는 디오라마가 마련되어 있어 유적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정자에 오르면 용담호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산과 물로 어우러진 연안의 풍광이 빼어나 방문객들의 드라이브 관광 코스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1997년 여의곡 어느 댁 이사가는 날엔 잔치가 한창입니다. 사람이 지켜내지 못하고 떠난 자리에 작은 생명들이 가냘픈 몸짓으로 서글픈 봄을 지나 여름을 건너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의곡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울창한 계곡과 맑은 물이 깊은 계곡을 타고 고요히 흐르는 청정지역이라 여름이면 깊은 계곡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당시 마을은 한 조각씩 사라져갔습니다. 포클레인이 헤집고 간 마을의 살림살이는 고물상들에 의해 모두 수거되어 어디론가 흘러 흘러갔습니다.
자욱한 담배 연기와 왁자지껄한 당시의 웃음 소리가 생각나는 오늘, 소줏잔을 앞에 놓고 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픔은 중독을 만들기도 합니다. 소줏잔이 몇 순배 돌고 나면 구심성 감각신경부터 서서히 둔해지고 마침내 중추에 해당하는 척추신경에 이르러 반사신경도 마비가 됩니다. 이 때쯤 되면 첫모금의 담배연기에 켁켁대던 ‘순수했던’ 기관지가 이미 무너져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여기에 고기 타는 냄새에 배인 벤조피렌류의 발암물질도 한몫을 더합니다. 중독의 시작인 셈입니다. 아프니까 이별이라지만 아픔은 중독을 만들기도 합니다.늦여름을 서럽게 맞고 있는 이때, 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잊혀져간 이름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이젠 용담댐물도 흐름을 멈출 텐데…. <글=이종근 기자, 사진=이철수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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