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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전주 쌍다리

전주 천변을 걷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다리가 하나가 있다. 인도와 찻길이 함께 서있는 작고 허름한 ‘전주천 쌍다리’는 지난 1962년 세워져 50년을 훌쩍 넘겼다. 언뜻보면 난간도 밧줄과 쇠 파이프로 대충 엮여 있고, “차가 다닐 수 없겠구나” 싶을 정도로 좁은 모양새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먼저 진입하는 차량을 기다리는 양보의 다리로 통하고 있는 이 다리를 알고 있는가.


쌍다리는 올해로 55세가 감수교다. 도토릿골을 지나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쌍다리가 보이고, 이곳을 건너면 바로 어은골이다. 이는 옛날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들이 은둔했던 은사골로도 잘 알려진 곳으로, 숨은 잉어의 혈 같은 골짜기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어은골 또는 어은동으로 불렸다. ‘전주천에 있는 고기가 숨었다가 가는 곳’이라서 어은골로 통한다는 말도 전해진다. 어은교(漁隱橋)는 말 그대로 고기 ‘어’와 숨길 ‘은’자를 써서 물고기와 연관이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으론 틀림없다. 한글학회 지명 총람에는 어은동(엉골) 동쪽, 숲정이와의 사이에 있는 자리로 적혀 있다.


어은골은 배산임수 지형으로 뒷편인 서쪽에는 화산이 있고, 앞 편인 동쪽에는 전주천이 무심히 흐르고 있다. 1960∼1970년대는 온통 ‘똥통 천지’였다. 전주 시내 분뇨를 이곳에 부어 놓으면 서신동이나 중화산동 사람들이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 퍼가는 바람에 코를 막고 이를 지켜보는 일이 아주 많았다.
징검다리가 고작이었던 개설 당시에는 어엿한 위용을 과시했겠지만 지금은 왜소하고 남루한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애시당초 전주천 바닥으로 차량 교행은 어렵고 사람만이 왕래가 가능한 좁은 다리였다. 하지만 어은골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제 옆에 차량 교행이 가능한 다리를 만든 후, 약간 띄워 놓았다. 그렇고 보니 다리가 두 개가 되어 사람들이 쌍다리로 부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보의 미덕이 돋보이는 다리다. 통도사의 삼성반월교처럼 말이다.


하지만 낮은 높이 때문에 장마철이면 불어난 물에 잠겨 걸핏하면 진입이 통제되고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철거하고 현대식 교량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전면 재검토 되고 보존이 유력시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기분이 들린다. 쌍다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다리로 철거보단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보존해야 함이 마땅하다. 전주천의 햇살은 물 위에 물감처럼 번져가고, 낙조는 이에질세라 시시각각 색깔과 파장을 달리하며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전주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모습이 떠올리려면 언제나 쌍다리를 맘껏 밟은 가운데 소곤소곤 귓속말을 한번 해보기를 바란다./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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