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무장면 성내리 사두봉과 용소’는 사두봉을 깎아 우뚝한 뱀의 머리를 수그리게 해 마을의 우환을 예방했고, 사두봉에 느티나무를 심고 개구리 연못을 만들어 무장 고을을 다시 번영하게 했다는 풍수담이자 지명 유래담이다. 이를 ‘사두봉 이야기’라고도 일컫는다. 무장면 성내리 옛 무장읍성이 자리 잡고 있는 북쪽 성벽으로부터 중앙 부위를 향해 남쪽으로 쭉 뻗어 오다가 우뚝 멈춘 작은 구릉이 있는데, 이곳을 사두봉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지만 우뚝 솟은 봉우리의 좌우 양측에 뱀의 눈과 같이 파란 물이 넘치는 용소가 있었는데 오른쪽 눈은 지금 무장초등학교의 운동장 복판이 되고, 왼쪽 눈은 객사 동편 아래 우물이 있는 옆자리가 됐다. 이 뱀 머리의 북쪽으로 크고 작은 성황당 능선이 좌청룡 우백호를 이루며 둥글게 옹위되어 있는 것은 마치 뱀이 몸을 둥글게 도사리고 머리를 높이 치켜든 지형이다.
무장고을 터를 반사(서리고 있는 뱀)형국이라고 해서 조석으로 양쪽 용소에서 안개(용이 내뿜는 김)가 솟아나와 고을 안을 뒤덮으면 경치도 좋거니와 이 기운으로 고을 사람들이 부귀를 누리게 되고 또한 많은 인걸이 배출돼 옛날 무장 현령의 세력이 드세었다고 한다.
예부터 ‘고창은 성자랑’, ‘흥덕은 양반자랑’, ‘무장은 아전자랑’ 한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무장고을은 지방세가 강해 항상 이 고을에는 역량 있는 현감들이 부임해 왔다. 만약 사람만 좋고 역량이 부족한 현감이 왔다가는 얼마 가지 못하고 쫓겨났다. 이처럼 바닥이 드세고 배타성이 강하다 보니 시장이 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6㎞나 떨어져 있는 안진머리장(현 해리면 안산리 이상동)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이 장터는 사두봉에서 마주 보이며, 장날이면 사람들이 모이고 시끄러우므로 뱀이 이곳을 넘보아 장날이면 젊은 청년 한 사람씩 희생이 되었다. 고을의 역대 현감들은 이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시주를 얻으러 온 중이 사두봉을 깎아 우뚝한 뱀의 머리를 수그리게 해야 한다는 묘책을 알려 주었다. 그렇지만 사두봉을 깎아 메워 버리면 옛날처럼 번창하는 기운이 차츰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현감은 이제야 무서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고을 사람들을 동원해 사두봉에서 안진머리장이 안보이게 깎아 내리고 뱀의 두 눈인 용소를 메우도록 했다. 그 뒤부터 안진머리장날에 싸움을 하고 살인을 하는 변은 없어졌지만 과연 무장에서 인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를 또 걱정하던 중에 도사 한 분이 지나다가 이 말을 듣고 일러주기를 사두봉에 나무를 심어 이 나무가 예전 사두봉 높이만큼 자라게 하고 남산 밑에 개구리 못을 만들면 이 뱀의 먹이가 생기게 되어 무장고을은 다시 번영할 것이라고 예언을 해주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고을 현감은 깎아내린 사두봉에 느티나무를 심고 개구리 연못도 만들었다. 이 개구리 연못 자리가 지금의 무장장터이고 객사 주변의 나무들은 그때 심은 것이라고 한다.
전북문화원연합회(회장 나종우)가‘전북의 구비설화’를 펴냈다. '나무 심어 살인 면한 무장고을 이야기(김용기씨구술)' 등 고창 등 전북 14개 시군의 이야기를 정리, 시대를 넘어 절실한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삶의 교육적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남원 진씨의 탄생 설화 옥정(玉井), 무주구천동의 유래, 부안의 이용완이 출세한 내력, 순창 최영장군의 무용 설화, 익산 남매의 미륵탑과 왕궁탑 쌓기, 임실 천담마을 동자바위 이야기를 생존한 어르신들로부터 직접 찾아 사연을 듣고 녹취해 정리했다.
나종우원장은 “이번 연구 조사를 통하여 해안, 산간, 평야 등 비슷한 삶의 터전에서는 비슷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면서 “구비설화가 문자문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장르의 문화라는 것도 알 수 있는 만큼 구비설화를 통한 축적된 사대의 삶의 지혜들은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했다. 한편 ‘전북문화’ 21호도 발간, 각 시군별 전북의 마을 신앙과‘전북정신의 재인식’ 심포지엄 발표문을 특집으로 다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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