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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남원줌치의노래,시장군수들이 반드시 기억하기를


남원시 신관사또부임행차 공연이 11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상설문화관광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는 춘향전에 나오는 주요 대목을 각색해 길거리 퍼레이드와 퓨전 마당극으로, 봄과 가을 토·일요일에 남원관광지와 광한루원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사또'는 예전에 일반 백성이나 하급 벼슬아치들이 자기 고을의 원(員)을 존대해 부르는 말이다. 한자로 사도(使道) 로 쓰고 '사:또'로 길게 발음한다. 종 6품 이상의 지방관리로, 오늘날 기초단체장인 시장, 군수쯤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으로 치면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을 모두 갖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다 보니 부정도 심했다. 고전소설이나 각종 기록에는 선정을 베풀기보다 가렴주구나 탐관오리로 묘사되곤 한다.
도지사에 해당되는 관찰사(觀察使)가 하는 일은 지방의 수령들, 요즘으로 말하면 시장·군수들의 치적을 심사를 한다. 일 잘하는 수령은 상(上), 제일 못하는 수령은 하(下)였다. 물론 그 가운데 중(中)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를 받은 수령은 즉시 파직을 당하게 된 바, 특이한 것은 '중'을 두 번 맞아도 파직이다. 그러니까 요즘처럼 중간만 하면 잘하는 것이라는 '무사안일주의'는 그 시절 절대 금물. 더욱 주목할 것은 '상'을 맞아도 아무런 혜택, 즉 인센티브가 없다. 왜 그럴까? 국가의 녹을 먹는 관리가 '상'의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도(吏道)에 따른 것은 아닐까.
이들에겐 '수령칠사'(守令七事)라 하여 일곱 가지 기준이 있었다. 첫 번째는 농사와 누에치는 일을 잘하고 있는가. 두 번째는 그 고을에 인구가 많이 늘었는가 하는 것.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많고 출산율이 저조하면 그것은 낙제점수다. 세 번째는 교육이 잘 되고 있는가, 네 번째는 그 고을에 1년 동안 소송사건이 얼마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밖에 부역을 균등하게 했는지 등…. 이렇게 관찰사가 수령들을 상·중·하로 점수를 매기는 것을 '포폄'(褒貶)이라고 한다.
사또의 행태를 적나라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린 대표적 작품이 춘향전이다. 신관사또인 변학도는 탐욕스럽고 여자를 밝히는 위인으로 소개된다. 그는 성춘향이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다른 지역을 마다하고 남원부사가 되어 내려온다. 소위 '신연맞이'가 그 대목이다. 신연(新延)은 도(道)나 군(郡)의 장교나 이속(吏屬)들이 새로 부임하는 사또를 그 집까지 가서 맞아오는 일로, 그가 내려온 길과 절차는 다음과 같다.
'집이 있는 서울 남산골(또는 자하골)에서 출발하는데 맵시좋은 별련(別輦·특별히 아름답게 꾸민 수레)을 타고 아전들의 우두머리인 이방과 형방, 그 밑의 통인과 급창(사또의 명령을 받아 큰 소리로 전달하는 사람), 나졸들이 호위했다. '에라, 게 들어 섰거라'하는 벽제소리를 외치며 남원으로 향한 것이다. 남대문 밖으로 내달아 이태원고개를 넘었다. 이어 경기도 충청도를 지나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에 들렸다. 객사에 들어 상황을 알리고 감영에 얼른 들른뒤 길을 재촉했다. 임실의 노구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오수역에 다다르니 환영 대포가 울렸다. 악공들이 북과 장구 해금 피리를 불고 기생들도 나와 맞았다. 남원성 앞에는 각종 깃발이 나뿌꼈다. 남원에 도착하자 신관사또는 동헌에 자리잡고 앉아 식사를 한후 육방하인들의 인사를 받고 곧장 그 유명한 기생점고에 들어갔다'
남원에서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소재로 한 유희요가 전하고 있는 바 ‘줌치 노래’다. 이는 대개 두 종류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아가씨가 예쁘게 수를 놓아 만든 주머니를 서울 장에 내다 팔려고 한다. 그러자 주머니를 보고 반한 사람이 사려고 하는데, 주머니를 만든 아가씨는 “은도 돈도 다 싫고 백년책원 날과 살세”라며 사랑과 바꾸자는 내용이다. 또 다른 종류는, 역시 정성 들여 만든 주머니를 뒷동산 굽은 나무에 걸어 놓고 구경을 시키는데 “올라가는 구관사또 내려오는 신관사또 줌치구경을 하고 가소”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자 사또는 “이 줌치라 솜씨 누 딸애기 솜씨더냐”고 물으면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내용이다.
‘신관사또 납시오. 모두 길을 비키시오’ 남원 신관사또 부임행차퍼레이드는 춘향 수청들기를 요구하는 간교한 사또의 몸부림에 혀를 차며, 춘향형량을 대신해 불량 관람객 주리 틀기엔 웃음바다를 이루면서, 육방 퍼포먼스와 기생 부채춤은 마당극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사도(邪道), 사도(死道), 사도(私道)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드시 사또(使道)여야 한다. 무수히 많은 시장, 군수들이 진짜로 사또(본인)가 떠난 뒤에 나팔 부는 일이 없기를 다시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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