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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무주와 태권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2017년 6월 30일까지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다.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로, 170개국에서 1,900여명이 참가한다. 전북도는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함은 물론이고 지구촌 스포츠축제로 승화시킨다는 야심으로 준비해왔다. 여기에 갓 둥지를 튼 무주 태권도원을 명실공히 세계 8000만 태권도인들의 성지로 인정받겠다는 각오도 새기고 있다.
태권도원은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라는 위상에 걸맞게 웅장한 규모로 조성됐다. 태권도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태권도경기장은 태권도의 근본정신인 천·지·인을 담은 삼태극을 모티브로 지어졌다.
태권도원은 무주군 설천면 무설로 백운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삼한시대 태권도의 발원지, 무주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과 설천면의 덕유산 계곡을 일컫는 구천동은 예전에는 깊은 산골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첩첩산중이다. 덕유산 국립공원이 자리잡은 무주 구천동은 이름과 같이 9000굽이 계곡을 헤아린다는 말로, 덕유산 상봉에서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었던 라제통문까지 25㎞에 이르는 계곡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구천동’이라는 지명은 삼한시대부터 9,000명의 호국무사들이 무술을 연마하기 위해 주둔한 ‘구천둔(九千屯)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고, 설천면(雪川面)은 9,000명의 호국무사가 아침에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은 물이 눈(雪)같이 하얀 내(川)를 이뤘다고 하며, 백운산(白雲山)의 희 도복을 입은 선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조선 명종 때 광주목사를 지낸 임갈천이 쓴 「덕유산 향적봉기」에 의하면 성불공자 9,000명이 이 골짜기에서 수도를 했으므로 ‘9천명이 은둔한 곳’이라 하여 이곳을 구천둔(九千屯)이라 하였고, 그들의 아침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은 쌀뜨물로 인해 개울물이 온통 부옇게 흐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이웃고을 금산에 살던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수도를 하기 위해 3년을 약속하고 구천둔에 입산했다. 그런데 약속한 3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여인은 남편을 찾아 나섰는데, 2년 동안 찾아 헤매었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되돌아갔다고 할 정도로 산과 계곡이 깊다.
이때부터 구천둔이라는 지명이 구천동으로 바뀌어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다른 이야기로암행어사 박문수의 설화에 의하면, 이곳에 구씨와 천씨의 성을 가진 집안의 집단주거지로, 두 성씨를 따서 구천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지명과 유래만 보더라도 무주가 태권도원의 적지임을 알 수 있다.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이후 20년 만에 전북에서 치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다. 전북과 한국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세계 속에서 격상시키는 좋은 기회다./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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