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 하면 어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보성, 하동 모두 맞다. 하지만 내장산을 품고 있는 정읍도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다. 1,000년을 이어온 깊은 차향을 좇아 정읍으로 가면 좋다.정읍에 차밭이 있어?'라며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이곳 정읍에서 생산된 차가 지방 토산품으로 진상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1454)와 《동국여지승람》(1530)에는 정읍현에서 생산된 차는 지방 특산품으로, 고부면에서 생산한 작설차는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는 일본인 오가와(小川)가 천원다원(川原茶園)을 조성하기도 했다. 천원다원은 우리나라에 선보인 최초의 근대식 차밭이다.
천원다원에서 생산된 차는 1923년부터 전량 오사카로 수출되었다. 당시 천원다원의 모습은 오가와가 자신의 차밭 규모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사진엽서에 담겨 있다. 1918년에서 1932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엽서는 정읍 자생차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정읍 자생차가 명성을 얻은 것은 일본이나 인도 등의 외래 차나무 품종과 섞이지 않은 자생 품종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자생차의 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정읍이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이다. 정읍은 노령산맥에서 흘러내린 내장산을 품고 있으며, 섬진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옥정호와 동진강에 접해 있다. 게다가 정읍은 일교차도 크다. 이처럼 토양뿐 아니라 기후 면에서도 차의 재배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읍 지역에는 내장산 벽련암, 두승산 관음사, 입암산을 비롯한 10여 곳 30여 ㏊에서 차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이곳 차나무의 수령은 300~400년에 이른다. 정읍의 차 역사를 1000년으로 보는 이유다.
정읍지역 다원(茶園)들이 녹차 만들기 체험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는 황토현다원, 현암다원, 태산명차 등 다수의 다원에서 녹차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2015년 제정된 차 산업 발전 및 차 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차 생산과 가공, 판매, 체험을 연계해 6차 산업화함으로써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차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찻잎 따기부터 차 만들기, 시음에 이르기까지 전통제다법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만든 차는 가져갈 수 있다.
찻잎을 직접 따고 뜨거운 솥에 넣어 살청(발효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한다. 이어 손으로 비비고 다시 솥에서 건조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자생차 체험은 5월부터 11월까지 5개 다원에서 진행된다. 차 만들기 외에도 다원별로 전통다도 체험과 차 음식 체험, 천연염색, 떡메 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체험객들이 찻잎을 직접 따고 만든 차를 마시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있다. 바로 이같은 프로그램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도시민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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