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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전주한옥마을다시보기1(채륜서 발간)

 

 

 

이종근의 전주한옥마을다시보기1(채륜서, 사진 새전북신문 오세림 사진부차장)이 10월 말경에 발간됩니다. 미리 인사말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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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은 이제 국민관광지이며, 일본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고 싶은 국내 제일의 관광도시입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전주 한옥마을이 국내 여행지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등 연간 600여 만명이 찾는 부동의 내륙 관광 1번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지만 빈약한 문화컨텐츠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우울한 얘기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한옥마을을 한 번 다녀간 관광객은 ‘두 번은 올 곳이 못된다’고 손사래 치고 있기도 합니다. 전통문화 기반이 빈약한데다 바가지 상혼과 토종 먹거리가 발 붙이지 못하는 등 허접한 컨텐츠 때문 같습니다. 
 더욱이 전주 경기전과 어진박물관, 학인당 등을 제외하면 문화재 활용도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해 관광객 및 전주시민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요. 조선 태조 어진은 진본이 아니어서 생생함이 떨어지고, 풍남문은 해태가 건물 안에 자리하고 있지만 언제나 문이 닫혀 있어 볼 수가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전동성당 사제관은 수원 방화수류정과 함께 ‘십(十)’자형 전통 꽃담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홍보가 안돼 그냥 스쳐 지나가기가 일쑤입니다. 또, 오목대는 건물 앞에 빨간 소화기가 그대로 드러나 관람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가 하면 전주 풍패지관(객사) 주변은 쓰레기 더미로 인해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은 물론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역사적 산물임에도 불구, 내재된 고유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이 결여된 만큼 전주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일례로, 전동성당은 영화 ‘약속’ 촬영시 박신양과 전도연이 결혼식을 올리면서 반지를 주고 받은 것처럼 여인들의 언약의 장소로, 혼례식의 장소로 사용해 봄직합니다.
 이와 함께 경기전 앞 하마비 앞에서는 사자 그려보기, 전동성당 사제관에서는 십(十)자 꽃담 그려보기, 경기전 진전의 거북이 그려보기 또는 거북이 만들어보기, 전주 풍패지관 앞에서는 붓글씨 써보기, 중국인 포목 상점과 관련해서는 좋은 옷 고르는 방법 배워보기, 오목대에서는 황산대첩 재현 행사 등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저는 대학교 시절 전주 향교에서 다람쥐들과 발을 맞추며 한문 공부를 했습니다. 이때 본 사람이 금재 최병심선생의 문하생 엄명섭 옹이었습니다. 또 오늘날 뜨고 있는 승암마을의 친구 자취집에서 소줏잔을 기울였는가 하면 한옥마을이 아닌, 초장기의 고전문학번역원(민추) 전주분원에서 어렵사리 은사인 김성환교수께 한문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옥마을에 자리를 하고 있어 또랑또랑한 글읽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다.
 또, 1990년 초에 금재를 모신 옥동사와 그의 묘를 돌아보았으며, 이 무렵 문화부 초임 기자때 명필 이삼만이 쓴 것으로 전해지는 암각서를 불도저를 걷어내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땅 속의 글씨를 보았습니다.
 어느 가을날, 경기전에서 낙엽을 밟으면서 백일장에 나아가 산문으로 가작을 수상한 날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오늘에서는.
 그리고 대문을 열어주지 않는 승광재 옆 전주 최부잣집을 여러 차례 들어가 며느리의 이름이 유모니카라는 사실도 알게 됐으며, 전동성당의 종과 풍남문, 조경묘 등은 개방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참 어렵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근래엔 전킨 선교사의 묘가 예수병원 선교사 묘역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가 십자성호를 긋기도 했습니다.
 어디 그 뿐이던가요. 문창시절인 1980년대엔 매년 경기전의 백일장에 참여해 문학강연을 듣고 한 차례 상을 받기도 했으며, 1997년 11월엔 투병중인 소설가 최명희를 만나 전북대 삼성문화관 2층 쏘렌토에서 차를 한 잔하면서 애지중지 아끼던 만년필로 싸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언제가는 탁광선생을 전북예술회관 예(藝)다방서 만나 ‘전북영화이면사’를 선물받고 1950년대의 전주는 한국 영화의 메카로 자리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가 하면 2015년 작고한 하반영화백은 장인과 눈이 평펑내리던 날, 미원탑 인근에서 술잔을 기울였으므로 저에게 “자네가 내 아들과 다르지 않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습니다.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전주향교에서 열리는 공자의 제사(석전대제)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친구 안교준이 한문을 배웠던 엄해주선생(금재 최병심으로부터 한학을 배운 엄명섭의 아들)의 서당에서 글읽은 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울립니다.
  ‘전주 천변 이야기’를 펴낸 전 전주문화원 송영상 부원장의 옛 이야기 등은 물론이거니와 고인이 된 작촌 조병희, 유장우, 조기화, 이복수, 전영환, 하반영, 이기반 씨등과 생존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선화작가 은금상을 비롯, 이인철, 이치백, 최승범, 김남곤, 서재균, 이용엽, 김진돈, 신정일씨 등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오면서 그렇게 지낸 지 3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야 한옥마을 책자 발간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5,000여 회에 걸쳐 한옥마을을 방문하고, 또 전주 관련 책자 거의 모두를 모두 구비한 결과, 한 번도 거의 소개되지 않은 한옥마을의 종, 꽃담, 효자, 다리, 하마비, 우물(어정), 장독대, 굴뚝, 금표, 땅이름, 종교, 문화재, 나무 이야기. 부르지 않는 전주의 노래, 호남제일성의 고누, 바위, 풍수, 문학, 영화, 비석, 실개천 등 콘텐츠를 통해 전주의 역사와 교훈, 그리고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닌 가에 초점을 두어 생명력과 가치를 더했으며, 해외번역 출판을 염두해 두고 이 책자를 기획했습니다.
 양동이나 하회마을은 역사성에 기반을 두어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전주 한옥마을은 이미지만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밖에 없는 곳이라고 곧잘 말합니다.
 전통 찻집 다문의 박시도대표는 장사가 안돼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꼬치를 굽은 연기가 집으로 차고도 넘쳐 평온한 일상을 할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21년 동안 문화전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이곳 내 모습처럼  참 많이 변했습니다. 이 책 한 권을 어렵지 않게, 누구라도 가볍게 보면서 이제, 전주 한옥마을은 외관과 이미지만 있을 뿐 스토리가 없다는 말을 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발품을 팔고 책자를 보고 또 오류를 바로잡은 가운데 칙칙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일례로 이삼만과 장독대  등 그 한옥마을이 지금에 갖는 의미를 다뤘습니다.
원래 전라감영 자리, 전주부의 자리가 지금은 어디인가, 왜 효자동인가, 다가공원의 비석은 언제 지금의 자리로 옮겼는가, 또 바로 옆 천양정의 주련(건물 뒤, 옆에 있음)에 걸린 15개를 번역, 한글로 소개하는 등 참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복원이 거의 완료됐습니다.
원고엔 복원중인 전라감영의 핵심 건물 가운데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합니다. 전주향교에서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맹자 등 4서와 고문진보, 통감 등 한문 공부를 한 마지막 세대가 저입니다.
또, 친구가 자취하는 자만마을(요즘은 벽화마을)에서 잠을 자며 소줏잔을 기울인 일하며,  죽기 일 년전에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쏘렌토 식당에서 만난 최명희 소설가,  최근에 작고한 마지막 한학자 이남안선생과 남안재,  간재 전우 최병심의 제자 엄명섭선생, 그리고 종종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던 조병희, 이기반, 유장우, 조규화, 이복수, 전영환, 하반영, 송성룡 선생의 살아 생전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경기전에서 백일장에 참가해 상을 받은 기억, 전주성심여중고 앞에서 먹은 배테랑 칼국수의 옛맛이 다시금 떠올려지는  오늘에서는.
전킨 선교사와 금재 최병심 묘소 등을 수시로 찾아간 가운데 한옥마을의 완산종, 전동성당, 서문교회, 낙수정 동종, 남고모종 등 종 스토리를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한옥마을의 가장 오래된 종은 1915년에 만든 전동성당의 종, 가장 오래된 샘은 학인당의 땅샘으로 250여년, 가장 오래된 굴뚝은 1926년에 만든 전동성당 사제관이며, 전동성당 입구의 천주교 전동교회는 백담 백종희선생이 1986년 해성중학교 3학년 때 썼다는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마음을 듬뿍담아 추천의 글까지 보내주었군요.
 제가 서있는 곳은 바로 전통과 현대가 서로 교차하는 전주 최부잣집 꽃담 앞 담장입니다. 지금은 매일 그냥 스쳐지나가던 한옥마을의 거리를 새롭게 보는 가운데 그 모습이 어떤지 전주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스스로 묻고 그 대답을 해야 할 바로 그 때입니다.
 진정한 전주의 전통은 교과서를 외우는 것에 있지 않고 마음을 읽는데서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오늘에서는.
 전주 남문의 완산 종소리,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오늘이소서. 오늘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