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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기우제

오늘이 대서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대서는 소서(小暑)와 입추(立秋) 사이에 있는 음력(陰曆) 6월 중기(中氣)로 태양이 황경 120도에 도달하는 날이 입기일(立氣日)이고 양력(陽曆)으로는 723일경입니다. 대개 중복(中伏) 시기와 비슷해서 폭염의 더위가 심한 시기이면서도 장마로 인해 많은 비를 내리기도 한다.

옛 문헌에는 대서 기간에 썩은 풀이 화하여 반딧불이가 된다고 하고, 흙이 습하고 무더워지며, 큰비가 때때로 내린다고 한다.

요즘 들어 일부 제한급수를 실시하면서 물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용담댐에서 공급되는 식수로 인해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지만,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먹는 물 걱정은 물론 내년에도 농경용수 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러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지 모를 지경에 이르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인디언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가뭄이 계속될 때는 비가 내리기를 소망하면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간이 비가 올 때까지 이어지다가 결국 비가 내리면 기우제를 마쳤다고 하니 기막힌 기우제였음은 틀림없다. 비가 쏟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기우제만큼 확실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 그들에게만 유독 영험한 레인메이커가 있어서일까?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머톤(Robert K. Merton)은 미국의 호피(Hopi)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에 관한 분석을 진행했다. 그는 인디언 기우제에 대해서 단순히 기우제는 과학적이지 않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를 자문하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운 태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인디언 기우제가 얼핏 보면 단순한 미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를 위해 잠재적인 기능을 한다고 했다. “인디언 기우제현상의 잠재적인 기능은 무엇일까?

때로는 가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절망하거나 동요하지 않고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은 그들이 생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호피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낸다.

그들은 말 그대로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한결 같이 자신들이 기우제를 지내면서 버티는 한, 반드시 비는 오기 마련이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믿음이야말로 그들이 사막에서 오늘날까지 생존할 수 있는 최상의 비결이었다.

성공적인 삶을 기원하는 것은 마치 사막 한 가운데서 비가 내리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데가 있다. 사막에서 비가 내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해야 할 만큼 적게 오거나 아주 안 오는 것은 아니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성공을 위한 최고의 비결 중 하나는 비록 성공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도 성공할 때까지 자신의 목표에 전념하며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생은 인디언 기우제 같다. 대서를 맞아 한여름의 무더위와 짜증을 한 방에 날릴 비가 내리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祈願)옵니다! ()옵니다! 성공이란, ‘기도해서 비 오는 게 아니라 비올 때까지 기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