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2018년이면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한다. 2013년 63만 명이었던 고교 졸업자는 2023년 40만 명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재정지원에 제한을 두는 구조 개혁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대학 특성화 사업(CK사업)과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이어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프라임사업),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사업), 국립대 발전 방안에 이르기까지 구조 개혁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혁신과 도전으로 활로를 찾는 전북대는 빛나고 있다.
“국내외 대학평가가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평가를 피해서 될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지금은 대학들마다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서거석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6~2014년까지 전북대 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추진했던 개혁 성과와 과정을 담은 책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전북대 출판문화원)’를 통해 대학평가를 계기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그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원칙과 상식’을 버리지 않았다. 취임 당시 1년 가까이 총장 공백 상태에 있던 ‘문제 대학’을 주목 받는 대학으로 변화시켰다. 총장 재임 시절,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3대 과학저널에 논문을 실으면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며 당근을 제시했고, 그렇지 못한 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국립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점차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그 결과, 전북대는 200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43위에서 2013년에는 19위까지 뛰어올랐다. 총장에서 물러날 땐 10위권에 진입했다.
“대학이 가진 기본 소임은 연구와 교육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회에 기여하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대학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학생들을 잘 가르쳐 누구나 웃으며 졸업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1학년을 4학기제로 운영했다. 영어, 수학, 물리, 화학 등 모든 전공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다. 기초교육 인증 시험을 통해 기초 과목을 이수한 학생에게 인증서를 줬다. 또 기초교양교육원을 통해 잘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스터디룸 등 교육 관련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서 교수는 지역 국립대 부흥을 위해 ‘1도(道) 1대학’ 방식의 대학 통합을 제안한다. “지역별로 국립대를 하나로 통합해 교육과 연구의 중복 투자를 막고, 통합 대학에 집중 투자를 한다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에 대한 투자 없이 국가 경쟁력은 없다’는 서 교수는 ‘국립대의 연합대학’이란 제안도 내놓았다.
책은 ‘일은 막중하고 갈 길은 멀다’, ‘대학발전의 주춧돌을 놓다’, ‘대학을 혁신하다’, ‘발로 듣고 가슴으로 말하다’, ‘한국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여섯 가지 제언’ 등 5부로 이뤄져 있다. 서 교수는 “크든 작든 지난 경과에 대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후인들의 시간과 노력 낭비를 방지해주는 의의가 있다”면서 “한국 대학 발전을 위한 개혁 과정에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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