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은 1970년대 ‘조국 근대화’란 미명 아래 개량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지붕은 슬레이트나 기와로 바뀌어 갔다. 하지만 초가는 가난한 서민만이 사는 집은 아니었다. 오히려 안빈낙도를 강조한 선비마저 초가를 고수했다.
조선 후기 호남 대표 실학자인 이재 황윤석의 고창군 성내면 조동리 생가는 전면 일곱 칸 반, 측면 두 칸에 이르는 상류층 가옥이다. 초가 지붕은 따스하고 부드럽고 푸근한 느낌을 주고 있는 가운데 밝고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되, 지붕을 덮을 때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가 펴낸 ‘우리네 옛 살림집(열화당 발간)’은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의 샛집, 순창읍의 70년대 초가집 등 전국 각지의 서민 가옥을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196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 남아 있던 옛 살림집들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왔다. 그는 옛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 나섰다. 1969년 문화재관리국에서 벌인 옛집 조사를 시작으로 사십 년이 넘는 세월을 하나의 주제에 성실하게 접근한 결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자료들로 남았다.
이 책은 그 중 사진 1000여 컷을 선별, 지역별로 소개한 것이다. 우리네 살림집은 평면 중심으로 보면 방이 두 줄로 들어선 겹집과 한 줄인 홑집으로 나뉜다. 그래서 원시 형태인 움집을 책의 맨 앞에 두고, 겹집 지역인 함경도, 강원도, 황해도, 경상도와, 홑집 지역인 평안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차례로 구성했다.
사진을 중심으로 설명을 달았고, 특징적인 가옥의 평면도를 첨부, 집의 형태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하지만 책에 담긴 대부분의 집들은 현재 거의 사라져 버려, 사진으로밖에는 만날 수 없게 됐다. 그러므로 사진 한 장 한 장은 ‘주거’나 ‘민속’을 뛰어넘어 한국의 근현대 생활사를 증언해 주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가옥 자체, 즉 건축적 측면만을 다루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집의 중심이 되는 구조나 형태 외에도 집 밖에 있는 굴뚝이나 곡물 저장고, 가축의 우리, 그리고 장독대나 떡돌과 같은 생활도구를 통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담았다. 작가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와 일본 도쿄대학원을 졸업, 전북대 문리대 조교수와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역임, 『한국 호랑이』 『장승』 『한국무신도』 『초가』 『조선땅 마을지킴이』 『마을숲』 『한국의 나무꼭두』 『우리의 원형을 찾는다』 『한국의 놀이』 『옹기』 등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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