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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오병기,7회개인전

 

 

 

 

 

 

 

 

한국의 산수풍경, 마음자리를 물들이다
오병기 7회 개인전 부채로 만나는 산들바람 이야기

 

 

 금빛 햇살이 어찌나 유혹하는지 자연의 향기따라, 이름 모를 들꽃 향기따라 촉촉히 상념에 젖어본다. 어느센가, 지붕 같은 하늘채에는 흰구름이 윤무하고 침실 같은 대지와 출렁이는 저 하늘 밑엔 푸른 산과 꼬막 등 같은 사람의 집, 아름다운 우리네 산하가 천년의 세월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흐르고 있다. 시나브로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앞다투어 쑥쑥 커 가면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한국의 자연은 그렇게 봄의 싱그러움,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넉넉함, 겨울의 순결한 눈꽃을 통해 계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는 오늘에서는.
 한국화가 오병기씨가 16일부터 28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2층 기획전시실에서 일곱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테마는 '산들바람 이야기'로, 마이산, 지리산, 그리고 어느 이름 모를 산하, 그리고 중국 계림의 풍정 등에 이르기까지 소개되는 이 자리는 산수화가 가장 많은 가운데 문인화, 그리고 선화(禪畵)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작가는 낫으로 가늘고 긴 낭창낭창한 왕죽을 한웅큼 베어 왔다. 합죽선에 돌 하나 올리고, 별 하나 얹고, 바람 하나 얹고, 시 한 편 얹고, 그 위에 인고의 땀방울을 떨어 뜨려 소망의 돌탑 하나를 촘촘하게 쌓았다. 하늘이 우리 선조들이 눈물을 너무 흘러서 파란색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진중하게 작업에 임했다. 작가의 손을 거치면 어느 새, 기억 속 풍경 위에 자유로운 터치들이 부챗살 너머 다양한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수묵채색으로 작업되어지는 작품들은 물감의 농담과 붓 터치, 그리고 물감의 번짐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까닭에 느낌이 편안하다. 반복적인 수묵의 집적을 통해 진행되는 눅진한 적묵(積墨)의 깊이는 물론이거니와 무게를 지니고 있는 실경 작업, 분방한 필묵의 경쾌한 속도감이 두드러지는 작업 등 다채로운 표현의 미학을 살려 작품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산수풍경은 투명하리 만치 맑고 담백한 맛을 자아낸다. 무엇보도 담담한 이미지를 통해 시선을 아주 깊은 곳까지 끌고 들어간다. 작가는 자연의 형태 속에서 물질적인 실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보며 그 섭리를 가능케 하는 정신을 파악하려 한다.
 특히 작가만의 감성으로 승화된 설경은 회화적인 구도 속에 담백한 조형미가 담백한 담묵의 겨울 산수풍경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특징이 드러나 보이고 있다. 작가는 한국의 정원을 거닐면서 쾌랑쾌랑한 선비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소쇄원에서는 맑고 깨끗한 기운을, 윤증고택 정원에서는 누마루에 앉아 산중 정취에 젖어들곤 한다. 명옥헌 정원은 배롱나무 꽃사이로 무릉도원이 그윽히 펼쳐진다. 월궁 용궁 선계가 모두 펼쳐진 광한루에서는 지구촌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빈다. 수면 위에 비친 그림자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경복궁 경회루와 아미산에서는 술잔에 시 한 수 읊고픈 심정이 든다. 끝없이 말고 구김살없는 동해의 의상대, 연못속에 아롱거리는 달을 감상케한 선교장 등을 통해서는 자유롭고 유유자적한 삶을 갈망한다. 남원 광한루에서는 토끼 한마리를 건물에 새겨놓고 월궁에 닿고 싶어했던 옛 사람들의 욕망을 감히 저도 꿈꾸곤한다. 그래서 작품 속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고 하는 바, 고대 동양인의 우주관이 투영돼 있다.  천원지방이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뜻이지만, 이 말 속에는 음양, 천지, 건곤, 상하, 동정이라는 우주 만물의 존재와 운행의 이치가 함축되어 있다. 이와 함께 '선(禪)'을 통해 그의 이유 없이 바쁘게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 속도, 소비, 자본, 통신 등을 키워드로 한 현대 사회는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등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은 가속화될 터이다. 현대사회의 이같은 특성은 여백, 고요, 느림, 성찰 등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가벼움, 얄팍함, 경쟁, 외로움, 아픔, 등을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며 점점 더 트라우마에 점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향기 나는 사람의 냄새를 기억한다. 그 냄새는 웃음이 묻어난다는 소리의 파동, 그것은 흐린 날을 한 방에 지배해버릴 수 있는 은은한 커피의 향, 그것은 비 뿌리는 구름 사이로 뻗치는 햇살의 구김살 없는 빛. 떡을 하거나 부침개를 부친 날이면 돌담 위로 오갔던 소쿠리는 내 삶의 일부가 됐다. 때론 청계수조(淸溪垂釣), 낙싯대를 드리우며 향기 나는 하루를 만들기도 하니, 이 모두가 작품의 소재에 다름 아니다. 강물처럼 별빛처럼 흘러가라 한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와 나눌 대화의 핵심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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