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하루 종일 나를 집착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그리고 고통스럽게 한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의 10주년 특별전 '열정의 시대 피카소부터 천경자까지'가 수학능력평가시험이 끝난 후 많은 수험생들의 방문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화풍인 인상주의 작품이 전시된 제 4전시실의 입구 정면에 위치한 클로드 모네의 '워털루 다리(66.4×92.7㎝, 캔버스에 유채, 1902, 베네수엘라국립현대미술관 소장)'는 원색에 색들이 섞이지 않고 신비한 빛을 화폭에 담은 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2007년 6월 영국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모네의 '워털루다리, 흐린 날(1904년 작)'은 1794만파운드(약 326억원)에 낙찰되며 모네의 연작작품들에 대한 높은 관심과 재평가가 이어졌다.
1891년 여행 때 런던 연작을 구상, 1899년부터 1901년까지 세 차례 런던을 방문하여 템스 강이 잘 보이는 샤보이 호텔에 묵으며 주로 안개 낀 장면을 그렸다. 런던 연작은 세 가지 모티브로 작업을 했다. 첫째는 워털루 다리와 템스 강을 배경으로 하류를 그린 것, 둘째는 상류의 채링 크로스 다리를 그림 중앙에 넣은 것, 셋째는 성 도마 병원의 창과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국회 의사당을 그린 것이다.
모네는 안개 낀 런던의 장면들을 매우 인상 깊게 그려냈다. “날마다 런던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구나”라고 블랑슈에게 편지를 쓸 만큼, 그는 런던의 풍경에 매료됐다. 본 전시의 '워털루 다리'는 안개 낀 도시에 옅은 붉은 색을 물들이고 있는 흐릿한 풍경이 담겨있다. 전체적으로는 이른 아침의 뿌연 색조이지만 자세히 보면 붓질 하나하나마다 섞이지 않은 원색들이 빛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눈에서 시각적으로 혼합되는 인상파의 전형적인 작품 경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는 인상파 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으며, 연작을 통해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탐색했다. 클로드 모네는 184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르아브르로 이사했다. 유년시절부터 그림 그리기에 재능을 보인 그는 외젠 부댕을 만나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외광 묘사에 대한 기초적인 화법을 배우게 된다.
모네는 그림의 소재를 자신이 잘 아는 사람들과 장소들에 대해서 그렸다. 특히 자신의 두 아내를 모델로 삼았고, 정원, 파리의 건물, 노르망디 해안과 전원, 그리고 그가 가장 사랑하던 지베르니에 있는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히 운명적 여인인 까미유는 가난으로 고생하던 모네와의 순애보 사랑으로 유명하다. 생애 마지막 모습마저도 작품으로 남겨진 그녀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56작품이나 그리지며 모네의 평생의 모델로 남았다. 1891년의 '건초 더미'전시를 시작으로 1892년의 '포플러', 1895년의 '루앙대성당', 1904년의 런던풍경, 1912년 베네치아의 풍경전시가 잇달았고, 1897년부터 1926년 사망시까지 매달린 '수련' 연작은 그 정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