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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덕진채련(德津採連)

 예로부터 전주엔 ‘부성삼화(府城三花)’가 있었다. 이는 전주의 아름다운 꽃 3가지로,  동고산(승암산)의 진달래, 다가봉산의 입하화(立夏花, 입하는 절기), 덕진지당의 연화(蓮花, 연꽃)를 말한다.
 요즘 덕진공원의 연꽃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연꽃은 고요한 수면위에 고개를 내밀어 정갈한 자태를 보이고 여름의 낭만과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덕진연못은 자연적인 연못이 아니라 풍수지리적으로 조성, 북쪽이 터져서 기가 새어 나간다고 해서 인공 제방으로 만든 까닭에 전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덕진 연못과 연관된 곳에는 주로 연(蓮)자가 많이 들어 있다. 연지문, 연지교, 연지정, 연화정, 연화교 등.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취향정(醉香亭)’이 있다.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 기념으로 연꽃 향기에 취한다는 ‘취향정’을 세우고 지인들과 함께 시회(詩會)를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 혼란스런 바다에 떠있다. 수천수만의 꽃봉오리 받쳐 든 연잎 그 사이를 넘노는 바람. 도저히 내가 아닐 것 같은 나를 데리고 아슬아슬한 세상 끝에 서있다. 무엇하러 길 잃은 바람은 나를 부르는가? 숲 속의 새란 새 불러 모아 향 묻은 노래 춤추었으면 그만이지  연지교 훤한 길 열었으면 그만이지 이승길 다 못하여 신들린 무당 되란 말인가? 가다가 뒤돌아보면 너는 지고 있고 다시 또 보면 너는 피고 있다. 마음의 진흙밭에 물 담아 두고 얼마를 기다려야 저 웃음 돋아날까? 나는 지금 꽃들의 군무(群舞)에 싸여 있다. 이 쪽 언덕에서 저 쪽 언덕까지 꿈인 듯 아닌 듯 진흙밭 연꽃 만나러 간다’
 바야흐로 정군수시인의 ‘덕진채련’이란 시가 생각나는 때다. 지금, 덕진공원에 가면 홍련의 가슴 깊은 향에 취하고, 정갈한 기품에 반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리라. 그래서 ‘덕진채련(德津採連)’은 완산8경의 하나로, 풍월정에 앉아 저녁 노을과 달빛을 끼고 뜸부기 우는 호면(湖面)의 피리 소리 실은 어화에 젖은 채 맞은 편 승금정을 내다보는 던진연못의 풍경을 이름했다. 호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현수교와 함께 여름 내내 호수 절반을 차지하는 연잎과 그 위에 하얗게 핀 연꽃은 장관이다. 누가 알랴. 나도 모르게 취해지는 알싸한 이내 마음을/이종근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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