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는 예로부터 널리 알려진 세 가지 명품이 있다. 광한루의 성춘향과 옷칠 등의 목기, 그리고 남원 식도(食刀)다. 2008년 남원시는 식도의 이미지를 통합하는 공동 브랜드를 결정했다. ‘남원 춘향골에서 생산되는 뛰어난 식칼’이라는 의미를 담은 ‘남향일도(南香逸刀)’는 성춘향의 칼날 같은 지조와 아름다움을 대장간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이름의 명품 칼을 내놓는다.
남원에는 가야문화권의 철기문화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몇해 전, 백제의 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 남원의 고원지대 ‘운봉’에서 1,500여 년 전의 가야 유물이 발견됐었다. 백두대간 동쪽에 자리한 운봉고원은 섬진강과 남강의 분수령이자 영호남 교통의 주요 길목이었다. 그런 까닭에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가야, 신라의 접경지대이기도 했다. 이곳은 가야 중심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출토된 그 유물은 전혀 손색이 없다. 운봉고원이 고고학적으로 처음 주목받은 것은 지난 1982년 남원 월산리 고분군의 발굴조사 이후였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월산 고분군에 대한 추가조사가 이뤄지면서 백제의 옛 땅으로만 알려졌던 전북 동부지역에 가야문화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엔 주천면 고기리 유적서 18세기 제철공정을 확인할 유적이 발견됐다.
남원 칼이 더욱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22년 6월 오늘날의 산업제품경진대회라고 할 수 있는 ‘조선부업공진대회’에서 노암동에 살던 한영진씨가 출품한 부엌칼이 금상을 받으면서부터다. 그는 이발소에서 사용하는 면도칼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칼날이 얇고 날카로워 호응을 얻었다. 80년대까지 부흥기를 맞았지만 사출기를 이용한 대량 생산과 스테인리스 같은 신소재가 보급되면서부터 전통 방식의 남원 식도가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유명 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한다. 한상궁이 요리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다소 투박하고 묵직해 보이며 거무튀튀한 모습의 그 칼’이 바로 전통 방식으로, 강철을 직접 두드려 만든 남원 칼이다. 현재에도 남원에서 생산되는 식도가 쓰기에 편리하고 날이 쉽게 망가지지 않아 많은 주부들이 즐겨 찾고 있다. 남원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철의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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