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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전북의 맛집-빵집, 속속 서울로

 

 

전북이 자타공인 ‘맛향(鄕)’으로 부활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전북지역 토종 맛집과 빵집이 하나둘씩 속속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

전북 음식에 관한 고유의 맛과 신뢰성이 여타의 프랜차이즈점 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택적 소비를 하고 있는데다가 맛집여행이 유행하면 이를 서울에서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이 지방 맛집 모시기에 나선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맛집 팝업스토어(단기 임시매장)는 굳이 현지에 내려가지 않고도 쇼핑하러 나온 길에 지방의 유명 먹거리를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손님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 업체 입장에서도 서울 진출의 성공 여부를 시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득이 된다.

전주PNB 풍년제과의 수제 초코파이와 군산 이성당의 단팥빵 등은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단기 판매를 하다 아예 정식 매장을 내고 눌러 앉았다. ‘이성당’은 뛰어난 맛과 최고(最古) 빵집이란 스토리를 갖춘 가운데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영업 면적 270㎡(81평)짜리 매장을 갖추고 있다. 이성당의 대표 제품은 팥 앙금이 꽉 찬 쌀가루 반죽 단팥빵과 야채샐러드를 담은 야채빵.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 본점에 팝업스토어를 유치한 뒤, 올 5월 잠실점에 대형 매장을 냈다. 군산 본점을 제외하면 첫 외부 매장이다. 지난해 팝업 매장을 열기 위해 당시 담당자는 군산을 30여번 가량을 오가며 김현주 이성당 사장을 설득, 승낙을 받은 후 팝업스토어가 열린 일주일 동안 매출 2억4,000만 원이란 기록을 세웠다. 하루에 단팥빵만 1만2,000개 팔렸다. 빵을 사기 위해 3시간씩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성당은 100억 원 대 자금을 투자, 롯데백화점 매장용 생지 공장을 준공하면서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

팝업 매장을 거친 뒤 진출한 업체는 이성당말고도 전주PNB 풍년제과가 있다. 수제 초코파이와 전병이 유명한 ‘풍년제과’도 현대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본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핵심 점포 3곳에 입점했다. 60년 전통의 전주 한일관이 3년간의 공백을 깨고 최근 서초구 신원동 192-41 청계산 입구에 문을 열었다. 한평생 주방을 지키던 주인 박강임씨가 2년간 투병 끝에 지난해 향년 85세로 작고한 이후 주방을 이어받은 큰딸 내외(서원택, 이승문)가 새로운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1977년 전주 한옥마을에 문을 연 베테랑 분식도 최근 센트럴시티에 지점(고속버스 타는 곳 3번 광주행 앞)을 만들었다. 역시 메뉴는 칼국수(6,000원), 쫄면(6,000원), 만두(5,000원), 세 가지. 전주보다는 1,000원씩 비싸지만 교통비를 빼고, 줄서지 않고 먹을 수 있어 서울 사람들에게는 보다 더 경제적이다. 지난해 여름 ‘하루에 300그릇만 판다’는 전주의 유명 콩나물국밥집 ‘삼백집’이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다. 또 다른 콩나물국밥 명소인 전주 남부시장의 현대옥도 가로수길, 코엑스 등 서울 곳곳에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PNB 풍년제과 강현희 대표는 “이제 프랜차이즈의 시대를 지나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작은 빵집’의 가치를 알아주는 시기가 왔다”며 “가격이나 맛, 마케팅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지방에서 성공을 거둔 맛집이 서울로 올라오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