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정은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산3-3번지에 있는 아담한 정자이다. 이곳을 가려면 마령면소재지에서 백운방향으로 임진로를 따라 약 4km쯤 가다가 우측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100m쯤 산 아래로 내려가면 바위 동굴 속에 위치하고 있다.
쌍계정은 두 개의 냇물이 합쳐지는 지점에 세웠다고 해서 ‘쌍계정(雙溪亭)’ 혹은 ‘쌍계정(雙磎亭)’이라 한다. 즉 백운천은 덕태산 아래 백운동 마을에서 시작한 물과 팔공산 신암동에서 시작한 물이 번암마을 부근에서 합수되어 흐르고, 또 하나는 평장리 솥내마을에서 남으로 흐르는 시내가 합류하는 지점에 건립됐다.
쌍계정은 1886년 오도한(吳道漢), 이우우(李友禹) 등이 발의하고 출연하여 건립한 누정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우진각지붕 양식이다. 누정 뒷벽에는 고운 최치원의 ‘雙磎石門’ 4자를 모방하여 새긴 글씨가 있다. 이 글씨는 지리산 쌍계사에 있는 최치원 글씨 쌍계석문(雙磎石門) 4글자를 따다가 새겼는데, 비록 원본은 아닐지라도 고운 최치원의 필획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오도한 등이 조직한 ‘쌍계동천 현현계’의 계원 36명의 명단이 바위틈에 빽빽이 새겨져 있다.
쌍계정 뒤에는 괘양산에서 뻣은 산줄기가 힘차게 내려왔고, 앞에는 계서리 넓은 들과 맑은 물이 펼쳐 진다. 매천황현은 이곳에서 시를 짓기를
붉은 절벽 반반한데 벽옥같은 물 흐러와
두 냇물이 흘러와서 자그마한 모래섬 이루었네.
많은 봉우리에도 길은 있으련만 알 길이 없고,
한 버들과 단풍나무엔 가을 기운이 뻣쳤네.
지팡이 짚는 소리에 박쥐들 놀라 흩어지고,
난간에 기대니 그림자에 개와 새우 떠다니네
어찌 절경이 평범한 곳에 있을 줄 생각이나 했으랴만.
오악을 구경하다 보니 부질없이 머리만 희었네.(매천집 제 5권)
매천 황현은 오악(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 북한산)을 다 둘러보고 다니면서 정작 구례와 가까운 진안의 쌍계정 풍광을 여느 곳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음을 극찬하고 있다. 그는 가을에 와서 시냇가 버드나무와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를 보면서 이곳이 바로 물과 바위가 조화된 절경임을 강조하고 있다.
진사 오도한이 병술년(1886)에 지은 쌍벽정기를 보면 “이 정자는 단청의 호사스러움으로 아름다움을 삼지 않고, 물과 바위의 기특함으로 뛰어남을 삼았다. 진안의 동쪽에는 백운산과 선각산이 높다랗게 으뜸을 차지하고 있는데, 백운산의 한 가지가 서쪽으로 달려 증산이 되고, 증산의 북쪽에는 석벽이 우뚝 섰는데, 극히 고괴(古怪)하여 귀신이 자귀와 도끼로 깍고 찍어낸 듯 별스런 조화의 형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였다.
쌍계정 주변에는 많은 정자가 있다. 한가한 주말에 뜻맞는 사람들과 정자답사나 하면 좋을 듯 하다. 전주에서 마령 강정모퉁이를 넘어서면 쌍벽정과 형남정이 있으며, 쌍계정에서 물길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송림에 만취정이 있고 약간 더 올라가면 모운정이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백운면 반송마을에서 학남정을 보고 바로 옆 만육 최양이 머물렀다는 유허비가 있는 구남각을 둘러본다면 금상첨화다. /김진돈 전라금석문연구회장. 전북문화재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