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에서 4차선 국도를 따라 남원 쪽으로 가다 보면 대정마을이 있고, 대정마을 동쪽(대정리 산 18-3)으로 500m 지점에 풍치 좋고 아담한 방죽이 보인다. 방죽 동편에는 관란정(觀瀾亭)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가을에는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풍치를 더하곤 한다.
관란정은 이창의가 무진년(1928)에 지은 서문을 보면 남원의 북쪽 성산인 남쪽에 하나의 대(臺)가 있으며 송호(松湖)가 있었다. 이 호수 위에는 오금사가 있었으며 우측에는 칠성암이 있고 울창한 노송이 있었다. 이곳은 아름다운 나무와 기이한 바위가 잘 어울려 산수가 기이하였다 한다. 그리하여 호수위에 정자를 세우고 관란정이란 편액을 붙였다.
관란이란 말은 따스한 봄날 경치가 밝을 때 호수의 광명은 지극히 맑고, 파도는 현란하여 하나로 천광에 다 비쳐 상하(上下)가 담탕(淡蕩)하여 스스로 이루어져 혹 물결이 뛰기도 하고 잠기기도 해 양양(洋洋)함이 하늘과 하나 되었다고 역설하고 있다.
1927년에 맹추에 오병수가 지은 관란정기문이 있고, 1928년에 해주 오병규가 지은 상량문이 있으며, 중원 임자에 이기열이 지은 관란정중창서문이 있다. 또 오인수의 기문을 비롯해서 계원들이 지은 시로는 오희선 원운을 비롯, 이강화, 오보영 이해수, 오태술, 오병규, 이광의, 오병수, 오길묵, 이만의, 이기선, 이재의, 이윤의, 이기화, 오직수, 오기수, 이수의, 오정수, 오창묵, 이기원, 이기룡, 이기홍, 오한엽, 이기윤, 이기열, 오인수, 오기문, 오병기, 방태원, 오순묵, 이기종, 오인묵, 오시영, 오재귀, 이갑의, 이기훈, 이병관, 오한묵, 이기협, 오태종, 오갑영, 이기팔, 오용선, 오건묵, 오현선, 이기남, 오인선, 오길영, 이성의, 이강국, 오현종, 이기석, 오진묵, 이기준, 이성팔 등의 시가 빽빽이 사방에 붙어있다.
관란정은 해주오씨와 전주이씨가 금성계(金星契)를 조직해 기금을 모으고 자재를 모아 건립했는데, 계원 57명의 명단이 있으며, 안에는 14개의 현판이 있다. 최근에 정자를 재 보수하여 주위의 환경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대말방죽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대말방죽은 가시연꽃 군락지로써 학계의 큰 관심 속에 가시연꽃을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대말방죽의 명물은 방죽 제방에 한 줄로 늘어선 노송들이다. 멀리서 보면 한폭의 산수화를 방불케하며 방죽 안에는 늙은 왕버들이 방죽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이곳은 학생들이 소풍을 많이 와 목배를 띄워 손님들이 타곤 했다고 한다.
이곳 방죽을 대말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큰 마을이란 뜻으로 한문과 한자를 섞여 부른 말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큰마을 안에 큰우물이 자리를 잡고 함께 물을 먹었기에 큰대 우물정을 써서 대정리(大井里)로 부르면서 대정이란 말이 새롭게 생기게 되었다. 사실 지금도 원래 부르던 대말이만 말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대말방죽 안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가시연꽃이 서식하고 있다. 전북은 만경강 회포다리를 비롯해서 고창 용대저수지 등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이곳은 오래전부터 자라고 있어 꽃이 피는 7-8월경에 꽃잎을 피워 자태를 뽐낼 때는 구경꾼들이 모인다.
가시연꽃은 한해살이 물풀로 가시가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뿌리줄기는 짧고 수염뿌리는 많이 나 있다. 사실 꽃이 피었을 때 연못 중앙에서 피면 꽃의 색깔을 감상할 수 없기 때문에 만원경을 소지하여 간다면 자세히 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원가는 길이나 오늘 길에 혼불문학관 초입으로 대말저수지가 같은 진입로이기 때문에 한번 들려 감상한다면 좋은 꺼리가 될 것 같다. /김진돈 전라금석문연구회장. 전북문화재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