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충분히 가난했고 충분히 외로웠고 충분히 방황했다고 생각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다. '운명은 가장 연약한 사람마저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휠더린의 말을 순응하고 내 운명이거니 하면서 이 나라 산천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 당시의 시대상황이 그러했고, 나보다 더 험난한 세상을 살았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는 것도 깨달았다. 슬펐던 시절이었지만 지내놓고 나니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을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부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픔이나 절망은 내가 살아 있다는 하나의 징표였는지도 모른다. “강하게 살아남으라, 한 치의 타협도 없이”라는 말처럼 포기하지 않고 살다가 뒤돌아보니 살아온 모든 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인생이었다'
문화사학자이자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인 신정일씨가 이 땅 구석구석을 걸어온 그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마음에 새긴 고향과 사람,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가 한꺼번에 펴낸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와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푸른영토, 각 1만5,000원)’ 는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로, 치열한 삶, 그리고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걷고, 느끼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으로, 대한민국 산천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까닭을 느끼게 할 정도로 그 스펙트럼이 융숭하다.
작가의 마음에 새긴 고향, 사람, 예술이야가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의 내용이다. 대한민국 산천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자부하는 신정일의 역사와 그 속에 살아 있는 자연이 있다.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 걷고 또 걸었던 산길, 학교와 도서관으로 삼았던 모든 자연 등이 그의 성장과 함께했다. 그의 사적인 추억을 글과 함께 사진으로 되짚어 가다 보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산천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마다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저자는 생각했다. '내 삶은 왜 이렇게 지리멸렬할까, 하고.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절을 통해 현재의 삶을 힘겨워하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고, 그러니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말라'는 투박하지만 따스한 위로를 던진다. 작가는 생각한다.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운명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신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충분히 겪고,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살아냈을 때, 그리고 살아낸 그 시간을 진솔하게 되돌아봤을 때에야 겨우 인생이 가진 의미의 작은 조각을 던져준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작가는 오늘도 말을 이어간다. “앞으로도 계속 비몽사몽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정한 삶을 깨닫기 위해 자문할 것”이라고…….
그가 걸어온 한국 문화예술운동의 발자취를 보게 하는 게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다. 그저 한 끼 밥과 낡은 책 한 권이 소중했던 60년대,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필요했던 70년대.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간첩임을 강요받던 80년대, 남녘의 역사 현장에서 문학과 예술을 논하던 90년대. 역사의 숨은 피해자를 살려냈던 2000년대. 그리고 나와 이 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발걸음을 이어가는 오늘…….신정일,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민국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책과 길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자부하는 신정일의 역사에는 대한민국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사학자이자 이 땅 구석구석을 걷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로, 현재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의 이사장으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1989년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그해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관동대로, 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개의 산들을 올랐고, 부산 오륙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었다.
이 땅을 수십 년간에 걸쳐서 걸은 경험으로 소백산 자락길. 변산마실길. 동해 바닷가를 걸어 러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까지 걸을 수 있는 세계 최장거리 도보답사 코스인 해파랑길을 국가에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소외된 지역문화 연구와 함께 풍류마을 조성 사업, 숨은 옛길 복원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새로 쓰는 택리지',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섬진강 따라 걷기', '풍류', '영산강', '낙동강', '느리게 걷는 사람' 등 60여 권의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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