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종근의 행복산책

전주는 귀명창의 고장

전주은 귀명창의 천국이다. ‘귀명창’이란 소리를 직접 할 줄은 모르지만 소리를 많이 들어서 깊이 감상하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예로부터 전주 지역에는 유난히 귀명창들이 많아 소리하는 사람이 전주에만 오게 되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긴장하게 된다고 말한다.
 들을 줄 안다는 것은 소리꾼의 소리를 들으면서 추임새를 넣을 줄 알고 소리꾼의 소리를 듣고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소리꾼들은 전주에서 소리하는 것을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한편으로는 즐긴다. 그렇다면 왜 전주에는 귀명창이 많은 것일까?
 전라도의 중심인 전주는 넓은 호남평야를 바탕으로 하여 먹고 살기가 다른 지방에 비해 휠씬 좋았던 지역이었다. 이에 소리꾼들은 전주로 모여들었고 소리를 들어줄 사람도 전주에 있었다. 이것이 전주에 귀명창이 많은 첫 번째 이유이다. 바로 이같은 전통은 조선후기 고종대에 이르러 대사습놀이로 이어져 더욱 판소리가 발달, 전주에 귀명창이 많은 두 번째 이유며, 전북도립국악원, 전북대학교 등의 대학에서 판소리 관련 학과를 신설하여 많은 인재를 배출, 전주에 많은 귀명창이 나오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실제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퇴장을 강제할 정도로 소리에 대한 수준이 높으면서도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일테면 전주는 귀명창 천지였던 것이다.
 때문에 귀명창은 그저 판소리를 즐겨 듣는 단순한 애호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귀명창은 마니아의 수준을 넘어 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25일부터 8월 14일까지 아마추어 소리꾼 경연대회 '나도야 소리꾼'의 ‘귀명창 시민평가단’을 모집한다. ‘귀명창이 좋은 소리꾼을 낳는다’는 말이 전하고 있는 판소리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임에 분명하다. 10월 4일 오후 2시 전주 한옥마을 부채문화관에서 경연이 끝날 때까지 ‘나도야 소리꾼’의 참가자들을 평가하게 될 예정인 만큼 귀명창들이 전주로 모두 집결해 사심없는 평가를 바란다.

 

귀명창처럼 저절로 열리고 닫히는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 남을 칭찬하는 소리 엔 저절로 활짝 귀가 열리고, 남을 욕하는 소리엔 금방 닫히는 그런 예쁜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 칭찬 보단 욕설이 더욱 많은 이 세상에 살면서 한 쪽만을 가 지더라도 그런 귀를 가졌으면 참 좋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아닌,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귀였다. 

 

'이종근의 행복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청 정문 봉쇄, 소통이 아쉽다  (0) 2013.07.28
진정한 무소유  (0) 2013.07.26
달빛 길어올리기  (0) 2013.07.24
풍림화산(風林火山)  (0) 2013.07.24
블로거의 행복어사전  (0) 201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