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인문학관,서화첩전

 

 

원로 시인 최승범, 소설가 최일남, 소설가 유현종, 한국화가 김병종, 서예가 김병기, 그리고 작고한 서예가 진학종씨 등 예술인들의 서화첩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이 가운데 부친을 여읜 서예가 김병기(전북대교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는 아버지가 애송하던 한시를 쓰면서 슬픔을 달랜다는 발문과 함께 58쪽의 글이 실려 있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서울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이 6월 16일까지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문인ㆍ화가 서화첩'전을 갖는다. 문인 뿐 아니라 화가, 서예가들도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서화첩 한권에다가 자신이 원하는 분량 만큼 자유롭게 스스로의 프로필을 그리게 하는 특이한 기획이다.
 한폭에서 시작, 58폭까지 양적인 격차를 보이면서 89명의 정상급 예술가의 다양한 프로필이 모여 있다. 20폭 이상 그린 분이 스무명이 넘는 스케일이 큰 화첩전으로, 화가 26명에 문인 57명, 기타 분야가 6명이 참여한다.
  길이 뿐 아니라 내용도 다채롭다. 자화상, 좌우명, 애송시, 자기 작품의 하이라이트, 남기고 싶은 말, 자전적 글 등이 자유롭게 다루어지고 있다.
 언니 김지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시간에 그린 소설가 김채원의 화첩 '나는 울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파울 클레(Paul Klee)의 말을 제목으로 삼고, 벽에 기대여 우는 자화상이 6폭 그려져 있다.
 성춘복은 '유서'도 넣었으며, 불문학자 김화영은 말라르메의 시와 두보의 시를 병렬시켰다. 패션의 스타일화를 가지고 화첩을 만든 노라노, 전각 도안으로 화첩을 구성한 정병례, 로마에 사는 디카푸아 부부는 자신들의 가계도(家計圖)도 집어넣었다.
 표현하는 기법도 역시 자유롭다. 본격적인 회화나 서예가 주종을 이루지만, 화가 이종상씨는 지두(指頭)작업을 하고 있고, 시인 강은교는 사진과 시를 병행시켰다. 붓펜이나 만년필로 쓴 문인들도 그림이나 콜라주를 곁들여 개성 있는 화면을 구성, 다채롭고 개성적인 예술가의 프로필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전통적인 서화첩은 여러 사람의 시서화가 합쳐져 이루어지는 형과 한 사람의 다양한 화풍의 버라이어티를 보여 주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두 가지가 어우러져 있다.
 원래 서화첩은 예사롭지 않은 안목을 가진 예술가들의 최고의 작품을 담는 특이한 캔버스였다. 그래서 예술성도 높고 희소가치도 높아, 남아 있는 서화첩은 대부분이 문화재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들과 서예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김남조 시인을 위시한 원로 문인들과 중견문인들, 섬유예술가와 전각의 대가도 참여하여 내용이 풍성하다. 어느 관람객의 말대로 두 전시실에 가득찬 시, 서, 화를 모두 감상하려면 일주일은 걸려야 할 만큼 풍요로운 시, 서, 화의 페스티벌이다.
  문인의 경우, 강범우, 강은교, 고임순, 권지예, 김규동, 김남조, 김승옥, 김승희, 김영태, 김우종, 김인숙, 김종길, 김진악, 김채원, 김초혜, 김화영, 김후란, 문덕수, 문인수, 박범신, 성기조, 성춘복, 송수권, 송하선, 신달자, 신봉승, 신영철, 심상대, 어효선, 오수록, 우찬제, 유안진, 유현종, 윤후명, 이경희(수필가), 이경희(시인), 이근배, 이상범, 이순원, 이양우, 이제하, 이태동, 이해인, 장석남, 정연희, 정진규, 조병무, 조정래, 최원규, 최인호, 최일남, 추은희, 함성호, 호영송, 황학주씨를 만날 수 있다.
또, 계절화, 곽  수, 권용섭, 김구림, 김대환, 김병기, 김병종, 김점선, 노라노, 박경란, 박인경, 성옥희, 신금례, 심정수, 오세영, 오승우, 유대균, 이경성, 이경식, 이만익, 이미연, 이석조, 이성순, 이수재, 이승택, 이영희, 이종상, 정병례, 정완규, 조문자, 진학종, 파올로 디 카푸아, 황주리씨 등 화가와 서예가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개관 시간은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입장 시간)까지며, 입장료는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10명 이상의 단체는 1,000원이 할인된다. 문의 (02)379-3182.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