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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드림과 드럼

 들리지 않는 소리를 전시하며 눈길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기획전 x 사운드는 존 케이지와 백남준 각자의 사운드 실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주요 작품들이 전시됐었죠. 지문의 거대한 구조물을 벗어나면 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연주되는, 안리 살라의 작은 드럼을 만나게 됐죠.

 헤어짐을 종용하는 여자의 긴장된 목소리는 대답 없는 남자의 드럼소리에 묻혀버리지만, 바로 그 드럼 소리가 일으키는 공기의 진동 때문에, 여자 곁에 놓인 작은 드럼이 저 혼자 움직였습니다. 소리는 각자의 복잡한 심경을 전달하지만 소통은 되지 않고, 그러나 그 와중에도 소리로 인해 서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신, 아직도 이같은 소리를 잘 알아채는, 리듬 감각이 살아 있나요.나이를 먹어 혹여 이제는 운동신경도 눈치도 꽝, 돈버는 것도, 연구에도 취미가 없다면 반드시 리듬 감각을 살려야 하지 않나요.

 드럼을 통해 불꽃놀이 같은 희열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베이스 드럼이 두웅 하고 불꽃을 쏘아올리면, 검은 하늘에 불꽃들이 사방으로 피융 튀어나가는 듯 스네어 소리가 활짝 펼쳐집니다. 불꽃이 멀리 퍼져 반짝반짝 떨어지듯 탐탐과 심벌즈가 화려하게 흔들리면, 하이햇이 불꽃 옆에서 눈부시게 하얀 번개를 튀깁니다.

  '드럼(drum)'하니, 제일 먼저 검색창에 뜨는 게 세탁기 이더군요. 드럼을 검색하다가 마틴 루터 킹이 한 말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 떠오르는군요.

  맞아요, 아직 내겐 꿈이 있습니다.

드럼과 드림, 이는 비록 점 하나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해석은 너무 달라요.

 드럼이 드림이 되거나, 드림이 드럼이 되거나, 또는 누군가에게 뭘 주는 드림이 되거나, 그러다 잘못해 드러눕게 되거나, 또는 드(더)러워지거나, 또는 '드드드드....' 하다가 드디어 소원이 성취되거나.

  드럼은 나를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내 보이려므나의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드러눕더 라도 어서 바로 일어서 라는 긍정의 뜻이 담겨 있진 않을까요.

 어떤 스님의 말처럼 멈춰서니 비로소 세상이 바로 보이던가요. 멈춰 서는 경지는 프로의 세계로, 결코 쉽지 않은 일, 맞습니다. 버리기 위해선 드럼 소리처럼 깰 것은 확실히 깨야 해요. 그리고 천지를 진동하는 드럼 소리처럼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하늘을 향해 울어야하지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에 두고 깨지지 아니하면 결코 멈춰설 길이 없네요.

 우리가 찾아가는 인생의 박자는 젊은 날의 심장 소리와 드럼 소리와 닮지 않았나요.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드럼 소리를 통해 다시금 희망을 재점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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