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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세상사

외로운 나그네는 그림자와 동행한다.

 

“나아가고 물러설 때 나를 따르지만

너를 공손타 할 수는 없고

나를 몹시 닮았어도

너는 나의 실상은 아니다.

 

달이 비끼매 언덕 쪽에 괴수와 같은 형상에 놀라고

대낮 뜰 안에서는 난장이 모습 같아 우습다.

 

침상에 누어 찾아보면 찾을 수 없다가도

등불 앞에서 되돌아보면

문득 서로 만나는구나.

 

마음에야 비록 사랑스러우나

믿을 수 없고

밝음을 비춰 주지 않으면

자취마저 거두고 만다.“

 

김삿갓의 <그림자>라는 시의 전문이다.

내 몸에서 나오는 그림자가 아주 낮설 때도 있지만

아주 낮익을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사라졌다가

어떤 때는 아주 낮선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그림자처럼 나타났다가 그림자처럼 떠나라“

라는 속담도 있지만

“외로운 나그네는 그림자와 함께 동행 한다.”라는 속담도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그림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