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보면 ‘이섭대천(利涉大川)’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큰 내를 건너면 이롭다’는 이 말은, 인생의 곤경을 넘는 것이 큰 강을 건너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치고 흔들릴 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산과 강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생각하고 걸을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일 지도 모른다.
2012년은 ‘올레길’로 대표되는 ‘걷기를 통한 치유’ 열풍이 불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점가에도 이를 말해주듯 각 지역 올레길을 중심으로 한 걷기여행서나 에세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요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전 7권)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2004년 첫 번째 책이 출간된 후 8년 만에 전 10권으로 완간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다음생각, 값 1만5,000원)’가 바로 그 책이다.
지난 1985년부터 전국을 발로 밟아 쓴 책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를 10권으로 마감하는데는 무려 3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중환의 택리지 완역본’을 끝으로 갈무리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는 1~9권(1. 살고 싶은 곳, 2. 경상도, 3. 전라도, 4. 충청도, 5. 경기도와 서울, 6. 강원도, 7. 북한, 8. 제주도, 9. 우리 산하)은 그 누구도 찾지 않았던, 그동안 숨겨졌던 산과 강, 길 그리고 문화유산을 30년간 두발로 답사한 기록을 책으로 옮겨 쓴 것에 다름 아니다.
신씨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1751)를 바탕으로 250여년 간 이땅의 세월과 풍수와 세태의 변화를 돌아보되, 저자는 이중환이 쓴 원본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번역하고 원문도 모두 실었다.
열 번째 책 ‘이중환의 택리지 완역본’은 육당 최남선의 ‘광문회본’을 대본으로 삼았다. ‘택리지’는 오늘날에도 한 권의 책으로 우리나라 전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교양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으며, 교양으로 읽는 고전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특히 기존의 ‘택리지 완역본’들과 달리 옛 지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될 수 있는 사진을 실어 완성도를 높였고, 누구나 쉽게 택리지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지리인문학서는 50년 단위로 다시 쓰여야 한다. 세월이 변하고 국토가 변하고, 문화가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중환 이후 260년 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은 해낸 신정일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2003년 북한 일부분(백두산, 묘향산, 구월산, 평양 등)을 돌아다보긴 했지만, 북한의 전 지역을 보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아쉬움 함께 “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살았던 시간을 들라면 ‘택리지’를 쓰기 위해 걷고 답사한 뒤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쓰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나에게 은인이자, 행운이며 동반자였다”고 완간의 심경을 밝혔다.
조용헌 원광대학교 대학원 교수(동양철학연구소장)은 “책상과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적거린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뛸 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는 조선시대 ‘정감록’과 함께 가장 많이 필사된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의 현장정신을 계승한 최고의 책”이라고 말했다. 새전북신문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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