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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박남재초대전

겨울 포구가 입안 가득히 고여 오는 알싸한 추억을 만는다. 머릿속이 깨끗하게 헹궈지는 기분이 들터이다. 지도 한 장 없더라도 동해, 서해, 남해 바다가 바른 길을 가르쳐준다.

황홀하고 짜릿한 손맛이 깃들 무렵, 바람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연주는 계속되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색깔을 달리하는 바다는 황홀함 그 자체.

이윽고 쓰러진 폐선 위로 한낮의 햇볕이 변강쇠마냥 이글거린다. 아득하니 그어진 수평선 너머로 바람결에 묻어오는 갯내음, 질주하는 설렌 심장 한 부분을 도려내어 쭉쭉쭉 푸른 물감을 짜낸다.

갈매기 울음, 뱃고동 소리에 이별의 회한 뒤로 한 채,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면 얼음 녹듯 사라져 이내 삶의 무게가 솜털처럼 가벼워짐을 느낀다.

원로 박남재 화백이 1일부터 14일까지 갖는 ‘2012 KBS전주총국(총국장 김영선) 방송 74년 특별기획 초대전’은 ‘바다의 교향시’하며, 눈앞에 낯익은 풍경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자리다.

화면에 담긴 바다의 모습과 자연 풍경에서 힘찬 생명력이 느껴짐과 함께 오붓한 편안함이 온몸을 감싼다. 알 수 없는 묘한 이끌림에 시선이 고정되고 바라볼수록 그 깊이는 더욱 깊어만 간다.

오늘 산행하며 느끼는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넘쳐나는 작가의 청정도량이요, 마음의 텃밭이다.

아니, 가슴에 일체를 어우르는 빛맑은 하늘 한 점 내일 들여 놓기 위한 살붙이다. 꿈을 담는 든든한 그림 수레에 다름 아니다.

순창 동계의 매화밭, 하얗게 포말을 그으며 부서지는 파도,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겨주는 대둔산 계곡, 그리고 변화무쌍한 노을 등 전북의 사계를 담는 게 작품 세계의 한 단면이다.

캔버스엔 전라도 등 한국의 산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일출의 휘황, 낙조의 애수, 사계의 질서가 한데 어우러지고 전진과 후퇴, 영예와 치욕, 환희와 비애의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

이내, 새벽이 열리고 아침이 밝아오는 이미지의 다차원적 시공간에서 ‘전라도 환상곡’을 들려준다. 활달한 필력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아내는 작품은 파괴와 재구성을 통해 호방한 조형적 질서를 엿보게 한다.

작가는 순창 출신으로, 조선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파리아카데미 그랑쇼미에르 수학(프랑스)로 목우회 최고상, 전라북도문화상, 목정문화상, 오지호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유원건설, 장기신용은행, 전북은행, 우석대학교 미술관, 원광대학교 미술관, 광한루 춘향 기념관(9점)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회원, 목우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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