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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들꽃에 흠뻑 빠진 신순조씨

 

 

“햇빛을 받으면 더욱 노랗게 되는 황금매자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면서 집안을 환하게 밝히는 나무로, 찬찬히 보시면 여성들의 귀고리처럼 예쁘지 않습니까.

저기 보이는 백작약은 대갓집 맏녀느리처럼 우아한 모습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특히 백작약은 식중독 걸렸을 때 다려서 먹으면 좋아요. 백작약은 해발 700m 이상 고지에서 자라는 데, 칠년 이상 자라면 뿌리 한줄기가 보약 한 첩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효가 좋습니다”

전북들꽃사랑연구회(회장 김양근)가 22일까지 전북도청 공연장 1층 전시실서 제4회 들꽃 정기회원전을 갖는 자리에서 만난 신순조씨(57. 임실군 운암면 섬진강 상류 취헌당)는 올해도 15년 동안 들꽃과 만나고 있다고.

세찬 눈보라속에서도 굳굳히 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며 새 봄의 싱그러움을 보여주는 들꽃의 강인함과 소박한 멋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황금매자, 백작약, 물동의 나물, 금노매, 분홍장구채, 꿩의 바람꽃 등 30여 점을 선보이게 됐단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 농촌지도소장을 만나 꽃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삼백예순다섯날 오로지 들꽃과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죠. 꽃들은 고고한 만큼 성격 또한 교만하게 굴기도 한답니다. 물과 거름을 주는 것만이 아닌, 사랑을 듬뿍 담아 주어야 하구요. 이것저것 헤아리며 향기도 주어야 합니다”

신씨는 “5세 무렵 할아버지가 전남 해남에서 해당화를 사와 가져다 준 기억이 새롭다”며 “특히 외갓집에서 자란 탓에 외할머니 생각이 지금도 생생해 할미꽃을 보면 눈시울이 다 뜨겁다”고 말한다.

“삼지구엽초는 정력의 상징인 산양들이 즐거 먹는다고 하는데요. 이는 삼지구엽초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싶어요.

줄기 끝이 3개의 가지로 갈라지고 각각에 3장의 잎이 달려 있어서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는 이름이 붙여졌지요. 가장자리에는 가시 모양의 털같이 생긴 가는 톱니가 있으며, 꽃은 노란빛을 띤 백색이며 겹총상화서로 성기게 붙고 아래를 향해 매달리며 꽃자루가 길지요”

매발톱, 부채꽃 등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각종 꽃들을 나눠주는 까닭에 ‘퍼순이’, ‘주순이’로 통하는 신씨는 “시간이 나 운암 섬진강으로 찾아오면 착한 화초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으면서 야생차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겠다”며 “꽃에게 말을 걸면서 꽃잎 한 번 열고 닫는 일이 한 우주가 열렸다 닫히는 순간이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고 귀띔한다.

한편 전라북도농업기술원(원장 조영철)과 전북 들꽃사랑연구회(회장 김양근) 주관으로 열린 이번 들꽃 전시회는 매발톱, 금낭화, 앵초 등 40여 명의 회원들이 직접 기른 들꽃 화분과 분경 700여 점이 전시되면서 깊어가는 춘심(春心)을 부채질한 바 있다. 새전북신문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