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웅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과거 한반도에서 삼한시대의 한 축이었던 마한의 역사와 문화, 삼국시대의 한 축을 이루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입점리고분과 웅포리고분이다. 두 고분은 웅포면 소재지에서 약 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웅포(熊浦)의 옛 지명은 곰개다. 금강은 본래 곰강이었다. ‘곰’은 ‘크다’는 의미를 지녔으니 ‘큰 강’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곰’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곰(熊)으로 변해 웅포가 된 것 같다.
황해에서 금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뱃길에는 자연스레 포구들이 자리 잡으면서 여러 마을이 형성되는데 곰개마을이 가장 번창해 웅포면이 됐다. 해방 전후만 해도 정초가 되어 웅포에서 용왕제를 지낼 즈음이면 인근의 무속인들이 ‘웅포로 돈 벌러 나간다’면서 누가 따로 부르지 않아도 찾아들던 마을이었다. 웅포가 얼마나 대처였고, 웅포의 용왕제가 얼마나 큰 규모였으며, 웅포 사람들의 씀씀이가 얼마나 크고 화려했었나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하지만 웅포는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생활터전으로 삼으면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집하지로 오랫동안 몸집을 키워왔지만 금강하굿둑이 생기면서 해수 유통이 막혀버려 포구로서의 기능이 상실되고 말았다.
밀물을 타고 황해바다에서 흘러 들어오는 바닷물과 금강을 타고 흘러 내려오는 맑은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잡히던 우어와 황복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지금도 웅포면 소재지에는 수 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간판을 붙여놓고 우어회를 선보이는 식당도 눈에 띈다.
그리고 최근에 가볼만한 곳이 한군데 더 늘었다. 곰개나루 관광지로, 1~2월에는 평일 100명, 주말에는 2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으며, 봄이 되며서 따뜻해짐에 따라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금강과 고목 사이 홀로 선 정자 덕양정도 빼놓을 수 없다. 일몰 시간 역광으로 카메라에 담으면 누구나 작품 사진을 담을 수 있다는 이곳은 원래 400여 년 전 용왕사가 있던 자리다. 고려시대 왜구와 맞싸우다 희생된 원혼을 위로하고 풍어와 조운선의 안전 운항을 빌던 제(祭)가 열리던 곳. 이 용왕사터에 지난 2004년 새롭게 지어올린 덕양정은 강바람이 그대로 맞닿아오는 곰개나루의 명당으로, 타는 여름 더위를 지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익산시가 웅포 관광지 곰개나루지구의 캠핑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억6,000만원을 투자해 캠핑장을 새단장, 5월중으로 문을 열고 거듭난다.
일년내내 웅포의 아련하게 물 위로 늘어뜨린 불빛은 나그네를 위로하며 일상의 고단함을 덜어준다. 석양과 어우러지는 철새들의 비상도 눈에 다 담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다. 바다처럼 넓고 조용히 흐르면서도 결코 쓸쓸해 보이지 않는 금강은 이처럼 종일 다양한 얼굴을 우리들에게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