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동네 꽃담 | 글 이종근 사진 유연준 ·생각의나무
담이야 없을수록 좋겠다. 있다고 한들, 우리네 옛담은 허물지 않아도 좋을 만큼 제 높이를 지켰다. 담 사이로, 아랫도리를 드러내지 않고서 얼굴만 마주 보며 이웃끼리 안부와 덕담을 나누었다. 적당한 경계였다. 서로 존중하는 점잖은 표시였다. 도둑놈이라도 가끔씩 훌쩍, 쉽게 뛰어넘나들며 일할 수 있으니 살맛을 잃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 담이 거의 다 없어졌다. 담이 없어졌으니 서로 흉허물 없고 정다워졌을까? 아니다. 더 높은 벽을 쌓았다. 굳이 등 돌리지 않아도 모른 척 외면하기 편해졌다. 누구든 콘크리트 옹벽과 철창 속에 자진해서 들어가 살게 되었다.
호텔리어 니콜의
영어실력 화제!게다가, 이제 벽은 높아졌을 뿐만 아니다. 흉측하게 도배했다. 간판이 너절하다고? 몇 군데는 깔끔하게 정비하지 않았느냐고? 더욱 단조롭고 획일적이며 조잡해졌다! 특별한 안목도 필요 없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거리에서 이 눈부신 봄 햇살 때문이 아니라 야한 광고판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데 이것은 약과다. 또 다른 빌딩 벽 앞에서 손가락 짓하며 돌아서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이미지 문명’ 시대는 ‘이미지 문맹’ 시대가 되리라던 예언이 맞아떨어지니 불길해 한다. 염치의 크기가 너무 어마어마해 입을 딱 벌리고 만다.
선거를 앞둔 지역에서 후보들은 명함판 사진이면 될 것을 수만 배 확대해 버젓이 담과 벽을 포장하며 행위예술가처럼 득의만만해 한다. 이런 과장법이라면 보통 사람도 ‘거물’로 보이기는커녕 ‘괴물’로 보일 텐데, 미소 짓는 초상을 내건다. 얼마나 징그러운데.
오늘 같은 봄날 우리 담을 따라 거닐 수 있는 이 아담한 책의 미덕마저 없다면 숨 막힐 뻔했다! 일일이 찾아다닐 여유가 없어도 한 자리에서 두루 즐겨 볼 수 있는 사진의 미덕이 흐뭇하게 살았다.<경향신문 2011년 4월 7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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