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정웅씨(전주대학교 도시환경미술학과 객원교수)가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9일부터 22일까지 전주 갤러리 공유에서 열세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개인전은 책 속에 깃든 선조들의 생각을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로 포장해 생명의 혼을 불어놓고 있다. 성경 구절과 채근담 등의 문구와 함께 형상화된 연꽃잎과 소나무, 달, 항아리, 매화 등이 이 시대에 망각해버리고 있는 삶의 본질을 고스란히 제시하는 만큼 그들과의 대화의 폭이 무변광대하다. 아니, 무량겁수 만큼 엄청나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의 시'는 시들지 않는 우리 맘의 꽃이 되고, 새가 되며, 소나무가 되어,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되어 삼백예순다섯날 방실방실 향기를 선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청 휘어진 매화나무에 꽃이 가득 벌었다. 문득 이 꽃잎을 보기 위해 달님도 나무 위에 내려와 넋을 놓고 말았다. 새들 또한 밤잠을 잊고 달을 맞이하고 있다. 오곡수라처럼 어우렁더우렁 살면서 애오라지 하얀 연기 솔솔. 천상의 누각으로 다가서고 싶은 이내 마음.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다가라 하네. 강물처럼 별빛처럼 흘러가라 하네.
'영원한 생명의 시-대화Ⅰ'이란 작품은 영혼은 하늘가에 올라가 있고, 삶은 지상에 있다는 느낌과 함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알알이 탱글탱글 익어가는 불로장생의 꿈, '나 이제, 우뚝 솟아 해탈의 세계로 오르련다'는 메시지를 던지우고.
"책을 자르고 분쇄하는 것은 작업의 첫번째 과정입니다. 길쭉하고 약간의 두께를 지닌 그 조각들을 연결해 정물화나 초충도, 사군자 등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부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종이, 책의 단면들이 수평으로 자리하면서 만든 이미지, 흔적이 되지요"
화가는 날로 대화가 부족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책 읽는 소리’를 통해 옛 글 속에 떠오르는 내면의 풍경을 살피며 한문 고전 작품들을 오늘날 코드로 재발견, 지혜를 터득해가는 '느린 미학'으로서의 삶이 되길 원한다는 생각에서는.
화가는 사라지기 이전의 책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나무와 풀, 꽃과 소나무, 새로 환생시켰다. 배추를 칼로 착착 내리쳐서 잘라 물에 한번만 헹궈 소금에 절이고, 햇고추물에 불려 마늘 생강 새우젓 액젓 등 모두를 넣어서 만든 전라도식 김장김치의 곰삭힌 맛처럼 다가서면 어느 새 버려진 책에 생명력이 '얼씨구나, 절씨구나' 너울너울 둥지를 튼다.
옛 책과 지금의 책이 한 화면에 공존하고 여러 이야기들이 서로 뒤섞이고 서로 다른 문맥들이 서로 버무러지면서 조화를 모색하는 눈치다. 이내 '이심전심' 대화의 시간이다. 그림 속 한 쌍의 새들은 바로 책들이 서로 대화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인가. 서양화이지만 문인화풍의 냄새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책으로 그린 자연의 이미지, 영원한 생명의 시는 그렇게 갈무리된다.
"이정웅의 칼질에 의해 잘려진 책의 단면들은 화면위에서 춤을 추듯, 가락처럼, 운율처럼 진동한다. 마냥 너울거린다. 활기차고 부산스럽다. 어울러 부드럽고 강하게 뻗어나가는 선들, 파스텔 톤의 가라앉은 색상, 익숙한 전통화의 도상들, 화면을 손으로 더듬고 싶은 촉각성, 요철 효과를 지닌 평면의 화면이 흥미롭고 신선하다.(경기대학교 박영택교수의 평)"
화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부문 특선 2회, 입선 3회, 전라북도미술대전 대상, 우수상, 중앙미술대전, 미술세계 대상전 특,입선 등을 거쳐 반영미술상, 전북청년미술상, 한무리미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아트 프라이스 전북지역 편집장, 전주대학교 도시환경미술학과 객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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