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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섬진강, 자전거에 사랑 싣고

 

그대여! 나는 살가운 이들과 오늘, 섬진강을 가로지르며 자전거를 탔습니다.

 

 쪽빛 하늘 아래 물길이 열리고 길이 확트인 까닭에 아름다운 이곳의 사연을 적어 볼까 하여 일중리한지를 샀습니다.

 

 바람에 역사의 아린 파편이 묻어 있는 회문산자연휴양림을 지납니다. 그러나 추억의 빛깔은 흑백일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소동파의 ‘적벽부’의 문장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변하는 데서 보면 천지(天地)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데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 하리요? 또,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정녕코 이성계가 순창고추장을 맛보았을까요. 만일사와의 알싸한 만남이 채 끝나기도 전, 하늘이 내린 명당 자연이 주는 선물, 호정소와 큰바위를 바라보고 또 꺾지를 잡고 다슬기를 주으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믿었습니다. 이 보다 더 숨통 트이는 일이 또 있을까요.

 

 우리는 길 위에서 돌부처를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잡았습니다. 미륵교 다리 하나만을 건너면 순창과 임실로 구분되니 이것이 갈림길인가요. 아니, 어떤 사람은 재회의 길, 또는 어울림의 길로 명명할 것 같습니다. 이윽고 국수 한 그릇과 탁배기 한 잔으로 만나는 강진장이 여러분의 입사치를 돋울 것입니다.

 

 크레파스로 그린 천년의 세월 만년의 도약은 일중리한지로부터. 이윽고 섬진강의 줄기는 흐르면서 점점 더 깊어집니다. 김용택시인의 탯줄 장산(진메)마을에서 매향(梅香)과 시향(詩香)으로 젖어든 섬진강을 바라봅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 입니다.그럴 때면 그 사람에게서 하늘 향기를 맡습니다.

 

 내게도 유난히 푸른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색으로도 덧칠할 수 없게끔 깨끗한 하늘을 닮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보면 파란 하늘이 떠오릅니다.

 

 이젠, 하늘을 보면 반드시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그 사람이 보고 싶을 땐 이젠, 하늘을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고개 들어 언제라도 그 사람을 봅니다. 이제 막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즈음, 흑염소가 초원을 탐색하는 풍경에 정신이 아찔해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해봅니다. 이에질세라, 인자한 노부모만큼이나 햇살은 보무도 당당하게 번쩍거리구요.

 

 천담마을은 하늘이 내려준 꿈을 키우는 곳, 그래서 마음을 열어놓고 모든 것을 그대로 내려놓고 가라합니다.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 구담마을서 강물 소리에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장군목과 요강바위, 그리고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 명당 ‘무량산’은 열 걸음을 걸어가다가 아홉 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구요.

 

 오늘만큼은 양손을 핸들에 잡지 않은 채로 자전거타고 멋진 폼 잡으며 지나가다가 섬진강 너른 품에 그대로 안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