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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돌담길의 아련한 추억

 

 

 

 


 지난 시절, 담길따라 돌아가는 좁고 구불거리는 풍경엔 우리들만의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며 돌담 너머로 남몰래 눈빛을 주고받았던 우리만의 갑돌이와 갑순이가 있었고, 금방 부처낸 따끄따끈한 부침개를 넌지시 건네는 동네 아낙네들의 인정이 있었이죠. 돌담길 모퉁이를 살짝 비껴 돌아들어서면 나를 부르는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숨어 있지는 않았나요.

 

 

 느릿느릿 걷는 촌로의 모습에서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것처럼, 외갓댁의 추억조차 아스팔트 도심에 두고 사는 ‘요즘 사람들’ 에게 돌담길은 아련한 추억보단 이제는 차라리 이색(異色)에 가깝겠죠.

 

 

 걷다 보니 어느 새 길이 되고, 그런 길과 집을 구분하려 쌓아올린 돌담이 이제는 도리어 사람을 부르고 있네요. 익산 함라마을(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314번지)의 옛 담장과 무주 지전마을 담장(무주군 설천면 길산리 48-1번지) 등 전국엔 18개소의 흙돌담장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습니다.

 

 

 오랜 세월 풍우를 견디며 수 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품에 담은 돌담길이 아스팔트의 힘에 밀려 자취조차 감추어 버린 지금, 오래 묵은 그 길이 마냥 더 없이 그리운 것은 왜 일까요.

 

 상당히 낡았지만 오래 돼 그 만큼 따뜻한 정취가 느껴지는 돌담길을 만나러 오늘 아침, 미성숙한 이 사람 괴나리봇짐을 꾸리고 ‘추억 앞으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