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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행렬에서 가마 주변에는 다양한 의장들을 배치하여 주인공의 존재를 다른 이들과 차별화시켜 드러낼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의장들은 행렬의 규모나 왕, 왕비 등 모시는 주인공에 따라 수량을 달리하였다. 이렇게 가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장을 구비한 어가행렬은 거둥의 목적과 규모에 따라 대가(大駕)행렬, 법가(法駕)행렬, 소가(小駕)행렬로 나뉜다. 가장 규모가 큰 대가행렬은 종묘·사직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거둥할 때나 중국으로부터 조칙을 받을 때, 법가행렬은 문소전(文昭殿)·선농단(先農壇)·문선왕묘(文宣王廟)에 제향할 때 사용했던 어가 행렬이다. 또한 소가행렬은 능 참배 등 교외로 나갈 때 사용하는 가장 간단한 규모의 행렬이다.
어가행렬에 사용되는 의장은 크게 의장기와 의장물로 나눌 수 있다. 의장기에는 군대에서 쓰는 군기와 순수한 왕실 의장기들이 있다. 그 종류로는 교룡기(蛟龍旗)와 같이 왕권의 상징인 용을 그린 기, 방위신인 사신(四神)을 그린 기, 백택·기린 등 상상의 동물을 그린 기, 팔괘기(八卦旗)와 같이 우주의 생성 원리를 표현한 기, 해·달·별·봉우리 등 영원한 자연물을 그린 기, 청도기(淸道旗)·영기(令旗) 등 문자로 내용을 표현한 기가 있다. 의장물은 권력을 상징하면서 군사적 성격도 동시에 갖는 도끼·칼·창의 모습을 의장화한 것들과 그늘을 만들어 주는 덮개의 용도에서 시작된 실용적 성격의 당(幢)·개(蓋)·산(傘)·부채(扇)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어가행렬을 청각적으로 알려주는 나팔·북·각(角) 등 고취악기들이 있었다. 또한 어가행렬에는 의자·먼지털이·침그릇·세숫대야·향합·향로 등 일상용품에 속하는 것들도 포함되었다.
□ 교룡 깃발[蛟龍旗]
둑(纛:쇠꼬리나 꿩꼬리로 만든 의장물)과 함께 왕권을 상징하는 의장기로 용기(龍旗)·용대기(龍大旗)·황룡대기(黃龍大旗)라고도 한다. 주로 왕이 탄 가마 앞에 위치
시켜 전체 행렬을 왕이 총지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군영에서는 왕이 직접 군대를
살필 때 그 명령을 각 영(營)에 알리기 위해 사용하였다.
사각의 옥색 명주 바탕에 오르는 용, 내려오는 용 두 마리와 구름 문양을 그리고 불
꽃 모양을 나타내는 테두리[화염각(火焰脚)]를 잇대어 만들었다. 어가행렬에서 말
탄 장교가 깃대를 받들고 그 주위에 네 명의 군사가 깃대에 연결된 끈을 잡고 나아
갈 정도로 크고 중요한 의장기이다.
□ 금월부(金鉞斧)
금월부는 용이 도끼를 물고 있는 나무 조각을 금칠하여 봉에 꿰어 만든 의장물로, 용이 박쥐문양으로 장식된 여러 개의 날을 세운 원통을 물고 있는 형태도
있다. 같은 형태에 은색을 칠한 은월부와 함께 사용된다. 월(鉞)은 날이 한 쪽
에만 있는 큰 도끼이고 부(斧)는 작은 도끼이다. 특히 월은 천자가 장군을 임명
할 때 수여하는 의물로서 전권을 넘겨준다는 상징적 의미로 쓰였다.
□ 쌍룡부채(雙龍團扇)
원형 부채 모양의 의장물로 종이로 초배접한 후 붉은 색 명주로 다시 배접하였다. 그 위에 양쪽으로 청룡과 황룡 두 마리를 내려오는 모습과 오르는
모습으로 그렸다. 다양한 색상의 안료로 앞뒷면에 똑같이 그렸고 금분을
사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한 흔적이 남아 있다.
□ 꿩 깃 부채(雉尾扇)
윗부분을 둥글린 아치형의 부채모양 의장물이다. 종이로 초배접한 후 붉은색 명주로 다시 배접하고 가장자리에 꿩의 꼬리를 그린 다음 그 안에 두 마
리의 꿩과 꽃을 그렸다. 뒷면은 본래 파란색 명주 바탕에 모란을 그렸으나
모두 바래서 바탕색과 안료색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R 참고문헌
1. 전시안내도록『국립고궁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