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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문화!

금수강산 '기차' 크루즈 여행

 


늘 그렇듯 기차의 정적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설렌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듦과 함께.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기차여행은 왠지 모를 낭만이 배여 있어서다. 낡은 침목 위를 달리던_ 지금은 애석하게도 사라진_ 비둘기호에서 어머니가 건네주던 달걀 하나에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기억하는 이라면 더욱 그렇다.  
 

KTX열차처럼 빠르게 변한 요즈음, 철길 따라 느릿느릿 여유로운 기차여행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기차 본연의 낭만은 물론 와인, 인삼, 바다 등 색다른 테마가 결합된 여행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달리는 최고급 호텔 열차’ 는 그야말로 기차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곳에서라면 차창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와인 한잔에 식사를 즐기고, 하루 종일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도 좋다. 스멀스멀 졸음이 밀려오면 침실로 가 잠을 청하면 될 일이다. 별빛 쏟아지는 밤이 되면 바(bar)로 나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한밤의 기차여행. 느림은 아늑함으로, 덜컹거림도 기분 좋은 흔들림으로 다가온다.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유람하는 최고의 열차라는 뜻의 해랑. 봉황 로고가 눈에 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이타닉의 호화크루즈에서 파티를 즐기는 것처럼 일생의 로망으로 멋진 여행을 떠올린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물론 바다 위의 크루즈가 아니라 철로 위를 달리는 레일크루즈 ‘해랑’ 이다. 해와 더불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유람하는 최고의 열차라는 순우리말인 해랑. 바다 위의 고급스러운 유람선을 철도와 접목한 관광열차로 작년 7월에 개통해 지금까지 약 1500명 정도가 다녀갔다. 해랑의 로고는 태양새 또는 불사조라 불리는 봉황을 형상화했으며, 열차 전면에 도색된 파랑색과 금빛 두 줄은 철길을 따라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철도의 위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친절한 승무원들의 미소가 자랑이다 

가족 전체가 해랑유람에 나섰다는 문재연님

해랑은 종종 일본의 카시오페이아나 유럽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남아공의 블루 트레인과 같은 호텔식 열차와 비교된다. 기차 색깔 또한 파란색, 남아공의 블루 트레인과 많이 닮아있다. 평균 시속 100km정도의 속도로 1박 2일, 또는 2박 3일에 걸쳐 운행하는 '달리는 특급호텔' 이다. 가격도 사실 만만치 않다. 1인 기본요금이 80만원 정도 되니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힘든 금액인 것만은 사실이다. 허나 파아란 색 기차는 사람들이 상상했던 낭만보다 훨씬 높이 날아간다.   

침대, 소파테이블, 오디오시스템이 있는 스위트룸 모습

차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선라이즈

각종 이벤트가 벌어지는 전망차의 모습 

해랑은 공항의 항공사 라운지처럼 전용라운지를 따로 갖추고 있다. 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무거운 가방이나 짐도 대신 들어준다. 승객들은 편안하게 여행의 설렘만 즐기면 된다.

오전 10시 반 서울역. 기차가 출발했다. 72시간 동안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빌 긴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먼저 해랑의 객실을 둘러보자. 객실은 여느 호텔처럼 스위트룸, 디럭스룸, 패밀리 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통적으로 침대와 화장실을 겸한 샤워실, 텔레비전 등이 있다. 스위트룸은 여기에 소파테이블과 오디오시스템이 추가되어 있다. 다른 객차는 식당차(이하 선라이즈)와 전망차로 구성된다. 침실은 조금 좁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며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는 차창 밖의 푸르른 유월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다.  

육해공군이 총출동한 고급스러운 점심 도시락   
   
 분위기 있게 와인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점심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인터폰이 울린다. 하얀 테이블보를 깐 선라이즈는 여느 레스토랑에온 마냥 꽤 분위기가 있었다. 낙지볶음, 쇠고기, 생선 등 육해공군이 모두 출동한 고급도시락이 참으로 맛깔스럽다. 친절한 승무원들의 와인서비스도 시작된다. 해랑 여행 중 장점은 아무리 많이 먹고, 마셔도 추가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지불한 요금에 모두 포함되기 때문.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나면 전망차에서 승무원의 이벤트가 이어진다. 

각종 잡지가 구비되어 있는 전망차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인터넷존  


전망차는 침실 칸과는 달리 사방이 탁 트인 공간에서 창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승객들에게 호응이 좋다. 또한 각종 잡지가 구비되어 있어 이동하는 동안 독서삼매경에 빠져도 좋고, 최신 DVD로 영화를 감상해도 좋다. 인터넷 존도 있어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전망차 안에서도 여행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분명한 건 해랑 속 모든 이들이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는 것.   

        

승무원들의 솜씨자랑 1. 플롯연주

승무원들의 솜씨자랑 2. 마술 쇼

승무원들의 솜씨자랑 3. 아카펠라  

 

승무원들의 이벤트도 열린다. 모두 3부로 나눠지는데 1부는 아카펠라, 2부는 플롯연주. 3부는 마술쇼다. 그들의 말처럼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하는 것이라 약간 엉성한 점도 없진 않지만 그것이 오히려 보는 이들을 더 편안하고 정겹게 만들어준다. ‘플라이 투더문’ 을 연주하는 플롯의 향기는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와도 잘 어울린다. 3부인 마술쇼는 승객들의 호응도가 가장 높다. 승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라 마술을 하는 승무원도, 보조를 자처하는 승객도, 구경하던 승객들 등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난다. 

 

덜컹거림 때문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열차를 타고 전국일주여행을 할 수 있어 좋은 해랑

  
노곤한 몸을 잠시 누이고 싶다면 객실 침대로 갈 일이다. 눈을 감고 열차의 가벼운 흔들림에 몸을 맡겨본다. 사실 해랑 열차는 타 기차여행보다 색다른 열차임엔 틀림없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기존의 호텔들처럼 넓거나 편안하지만은 않다. 덜컹덜컹 소리도 많이 나는 편이다. 허나 직접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동안 열차를 타고 전국일주여행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고 있는 동안 여행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이다. 또한 평소에 알지 못했던 그 지역만의 특별한 체험이나 색다른 별미를 맘껏 즐길 수 있고, 여행지에 가서 추가로 돈을 지불 할 필요도 없다. 이런 해랑의 매력은 순간순간 느껴진다. 문득 한비야 책 속 문구를 빌린 해랑의 승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배경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만드는 것이다.” 이라고.  해랑 열차는 승객들이 달콤한 휴식을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남도 땅에 다다른다.

<해랑의 명품 여행명소>
해랑의 일정은 크게 1박 2일과 2박 3일로 나뉜다. 토요일에 출발하는 1박 2일은 ‘해오름’ 과 ‘씨밀레’, 화요일에 운행되는 2박 3일은 ‘아우라’와 ‘찬누리’ 로 세분돼 모두 4가지 코스이다.

▷ 아우라 여행 코스(2박 3일)
서울역 - 곡성역/순천역 - 조식(고급도시락) - 곡성 기차마을(레일바이크, 증기기관차) - 섬진강문화학교(독도사진전, 국악공연 관람) - 석식(은어회, 은어구이, 참게 쏘가리탕) - 진주역 출발(1박) - 통영/마산 - 조식(졸복국)- 이순신공원 - 세병관 - 향토역사관 -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 통영옻칠미술관 - 중식(회정식) - 경주역 - 신라달빛기행(2박) - 동해  - 추암일출 - 조식(우럭미역국) - 온천욕 - 동해, 강릉 바다 감상 - 태백역 -  중식(태백한우) - 황지연못 - 추전역 - 포토타임 - 서울역으로 출발



▷ 씨밀레 여행 코스(서남주 일주 1박 2일)
서울역 - 익산역 - 미륵사지 유물전시관 - 중식(마약밥코스요리) - 목포역 - 해양박물관- 갓바위보행교 - 석식(회정식) - 유달산(목포야경) - 1박 - 순천역 - 조식(꼬막정식) - 낙안읍성 - 토부 녹차밭 - 남원역 - 중식(추어탕 코스) - 춘향 테마파크 - 광한루 - 서울 도착

 

▷ 해오름 여행(동남부 일주 1박 2일)
서울역 - 추풍령역- 직지사 - 중식(산채정식) - 경주역 - 불국사- 석식(한정식) - 안압지(경주달빛기행) - 1박 - 추암/동해역 - 추암일출 - 온천 - 조식(우럭미역국) - 무릉계곡 및 삼화사 - 동해~정동진 바다조망 관람 - 태백역 - 중식(연탄불태백한우) - 황지연못 - 추전역(포토타임)- 서울 도착

▷ 해랑 열차 운임 및 이용방법 

매주 화요일날 출발하는 2박 3일 전국일주 아우라 여행은 스위트룸이 1인당 116만원. 디럭스룸이 인당 975천원, 패밀리룸이 796천원이다. 이어 주말에 출발하는 1박 2일 동남주 일주인 해오름 여행은 스위트룸이 1인당 77만원, 디럭스룸이 64만원, 패밀리룸이 517천원이다. 서남부를 일주하는 씨밀레 여행도 가격은 같다.  

▷ 열차 문의 : 코레일투어서비스 해랑 담당 : 2084-7706,7733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손은덕 취재기자(tos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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