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생문화!

봄날의 진해를 가 본적 있는가?

 



봄날의 진해를 가 본 적 있는가.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진해의 4월은 보이는 그 어떤 것도 벚꽃 아닌 것이 없을 만큼 시가지가 온통 ‘벚꽃 세상’ 이다. 지붕 위에도, 길 위에도, 계곡 위에도, 아이의 어깨 위에도 햇빛을 받은 벚꽃송이들로 반짝인다. 철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벚꽃터널 속을 거닐고 있노라면 그 향기에 취해 꽃멀미가 난다. 졸졸 흐르는 개울을 따라 피어난 벚꽃안개는 또한 어떠한가. 지나는 바람이 벚꽃가지를 살짝만 건드려도 분분히 흩날리거나, 혹은 후두둑 물 위로 낙화한다.

참 좋은 봄이다. 더 없이 짧은 것이 또한 봄이기도 하다. 특히나 벚꽃이 피어있는 봄날은 더더욱 짧다. 벚꽃이 다 지기 전에 서둘러 진해로 떠나보자. 나풀나풀 벚꽃비 날리는 진해는 지금 화양연화(花樣年華)다. 봄날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한 때가 바로, 벚꽃이 만개한 ‘진해의 오늘’ 이라는 말이다.  


4월의 진해, 벚꽃에 빠지다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봄을 가진 진해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진해와 처음으로 조우했을 때 든 ‘기분 좋은 푸념’ 이다. 우리나라 대표 군항(軍港)인 진해는 지금, 온 도시가 연분홍 벚꽃 물결로 일렁인다. 시가지 구석구석 심어진 30만여 그루의 벚꽃나무가 빚어내는 풍경은 말로 설명키 어려운 절경이다. 특히나 제주도가 자생지인 왕벚나무에서 피어나는 진해의 벚꽃은 크고 화려하다. 여기서 ‘왕벚’ 이라는 것은 ‘꽃이 크다’ 기 보다는 꽃의 양도 많고 그 모양도 화려하여 벚꽃 중 으뜸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 이 왕벚꽃은 만개했을 때 뿐만 아니라 흩날리듯 낙화하는 모습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온 시가지가 벚꽃천지인 진해에서 벚꽃 명소를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허나 그 중에서도 경화역, 제황산 공원, 여좌천 주변, 안민고개 도로는 벚꽃도시 진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명소다.  


꽃철길 따라 흐르는 추억, 꽃개울 따라 피어나는 로맨스

햇볕이 분홍색 꽃잎 위로 부서지는 나른한 봄날의 오후, 기차역의 낭만과 벚꽃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겨보자. 진해 꽃놀이의 시작은 경화역이다. 경화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작은 간이역이다. 평상시에는 인적이 드문 경화역이지만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날만큼은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철로와 어우러진 벚꽃의 자태가 무척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간대만 잘 맞추어 가면 꽃터널을 느리게 지나가는 열차를 볼 수 있는 행운도 만날 수 있다.

철길 양쪽으로 만개한 벚꽃들은 사진 속 눈부시게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준다. 또한 벚꽃 흐드러진 철로를 따라 걸으며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는 노부부의 평화로운 모습, 모델 포즈를 하고는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연인들, ‘하하 호호’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 여고생들 등 봄날의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벚꽃이 바람에 날려 팝콘 떨어지듯 우르르 쏟아지면 ‘와’ 하는 감탄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여좌천은 진해 벚꽃의 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풍경을 뽐낸다. 여좌동 파크랜드 입구부터 진해여고까지 끝도 보이지 않게 형성된 벚꽃나무는 마치 수양버들처럼 늘어져 터널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졸졸졸 흐르는 냇물 위로 노란 유채꽃, 그리고 그 위를 덮은 벚꽃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어우러진다. 여좌천에서만큼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순간이 곧 작품이다. 어느 곳을 찍어도, 어느 방향으로 돌려도 수채화 같은 풍경이 렌즈에 잡히니 자신도 모르게 ‘포토홀릭’ 상태에 빠지게 된다.  드라마 ‘로망스’ 의 촬영지로 쓰이면서 더욱 유명해진 여좌천에는 중간 중간에 있는 세워진 ‘로망스 다리’ 가 있는데 그 곳에 서서 바라보는 여좌천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벚꽃과 개나리꽃 피어 수줍은 '사랑계단'


 

진해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황산공원에도 올라보자. 벚꽃과 개나리꽃이 만개한 제황산 공원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명 일년계단으로 유명한 365개의 계단을 오르거나 또는 모노레일카를 이용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일년계단, 즉 365개 계단을 모두 오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연인들의 단골코스가 된지 오래다. 물론 가파른 계단에 컥컥 숨이 차고 힘은 들겠지만 계단 양쪽으로 피어난 벚꽃과 개나리꽃을 감상하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물론 모노레일카를 타면 5분이면 정상도착이다. 정상을 오르는 동안 진해시의 아름다운 비경을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진해탑 전망대에 서니 과연 진해 시가지와 진해만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제황산 산허리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마치 구름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외에도 진해탑 동쪽 출입구로 오르는 75개 계단은 당시 일제가 만들었던 그대로, 아래쪽 계단 37개와 위쪽 계단 38개는 러일전쟁이 있었던 일본 메이지 37년(1904년)에서 메이지 38년(1095년)을 상징하는 계단이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잔재를 뿌리뽑기 위해 없애야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근대 역사를 되돌아보는 공간으로서의 의미 때문에 그대로 남겨두기고 했다고.


걸어도 좋고, 쉼 없이 달려도 좋은 안민고갯길

걸어도 걸어도 좋은 길이자, 달리면 달릴수록 더 아름다운 도로가 있다. 바로 진해의 대표 ‘벚꽃 드라이브길’ 로 유명한 안민도로다. 진해 태백동에서 창원시 안민동으로 약 5.6KM 구간에 이어지는 안민도로의 벚꽃길은 봄바람을 맞으며 꽃놀이하기에 제격이다. 마치 벚꽃 구름에 뒤덮인 양 핑크빛 물결이 구불구불 길 따라 흐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푸르른 소나무와 어우러진 벚꽃길은 색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도로변에 설치된 데크로드는 물론, 고갯길 군데군데 진해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으니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꽃놀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데크로드는 드라마 ‘로망스’ 의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 함께 걸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안민고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벚꽃 핀 진해의 시가지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다름이 없다. 밤의 풍경도 예쁘다. 야간에는 518그루의 벚나무에 조명을 달아 봄 밤의 낭만을 즐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벚꽃 우표 붙여 고운 님께 보내는 러브레터


벚꽃 날리는 봄날, 문득 그리운 이가 있다면 하늘이 훤히 뵈는 우체국 창가에 앉아 편지 한 장 써보는 건 어떨까. 중원로터리 주변에 위치한 진해우체국은 사적 291호 러시아풍의 근대건축물로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특히나 동판을 얹은 지붕과 중앙의 두 배흘림기둥 장식에서 고풍스런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무엇보다 하얀 우체국과 핑크빛 벚꽃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풍경은 낭만 그 자체다. 허나 아름다움 그 이면에는 우리 역사의 아픔도 담겨있다. 바로 1912년 10월 25일, 일제강점기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낭만의 공간이자 역사의 공간이기도 한 진해우체국. 영화 ‘클래식’ 의 한 장면으로도 쓰인 우체국은 현재 문이 잠겨있다. 우체국으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편 업무는 바로 옆에 지어진 신관에서 이루어진다.


싱그러운‘꽃밥’이 피었습니다, 벚꽃을 닮은 …


 

진해의 봄멋을 벚꽃이라고 한다면, 봄맛은 단연 진해에만 핀다는 꽃밥 ‘해초비빔밥’ 이다. 알록달록한 갖가지 해초들이 밥 위에 예쁘게 놓인 모습이 마치 봄마다 진해를 화려하게 수놓는 벚꽃과 꼭 빼닮았다. 입보다는 눈이 먼저 즐거운 것이 바로 해초비빔밥. 진해의 전통별미이긴 하지만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해초비빔밥의 시초는 매년 수많은 인파가 군항제를 보기 위해 진해를 찾지만 그때마다 자신 있게 소개할 만한 음식이 없어 안타까워하던 진해의 한 음식점주인의 고민에서부터다.

오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바로 진해 앞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해초였다. 가사리, 꼬시래기 등 해초들을 섞어 버무려보니 해초의 향긋한 맛이 의외로 밥과 잘 어울렸던 것. 그래서 아예 간을 맞출 소스를 따로 만들어 제대로 된 해초비빔밥이 완성시킨 것이다. 이 비빔밥 하나로 그는 2004년 세계음식박람회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초비빔밥은 다시마, 꼬시래기, 서실, 가사리, 톳, 파래 등 8가지 해초 뿐만 아니라 멍게, 새우, 해삼까지 들어있어 바다의 명물을 한자리에서 맛 볼 수 있어 좋다. 해초 자체의 짭쪼름한 맛과 씹히는 질감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지방함유율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변비에도 효과적이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지만 건강에는 좋은, 한마디로 ‘웰빙음식’ 이란 소리다.

해조류 가루를 섞어 지은 고소한 밥과 꼬독꼬독하고 탱탱한 각종 해초와 해물들에 달짝지근한 간장소스를 넣어 쓱쓱 비벼먹으면 신선한 바다의 기운이 입안으로 퍼져 나간다. 함게 곁들이면 좋은 매생이국은 해초비빔밥을 뒷받침하는 훌륭한 조연이다. 쌀쌀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매생이국은 해초비빔밥이 가진 바다의 풍미를 한껏 더해주기 때문이다. 

 

 

더보기


글/사진 : 손은덕(한국관광공사 U-투어정보팀)
출처 : 한국관광공사

저작자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