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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문화!

안동 헛제사밥 먹고 문경새재 한바퀴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있는 금강소나무숲을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누구나 들어와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산림체험을 하도록 개방한 ‘국민의 숲’. 금강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길 산책에는 왕복 1시간 남짓 걸린다. 

낙동강 주변에는 전통 민속마을이 여럿 있다. 영주시 부석면에 있는 한과로 유명한 닭실마을은 조선 중종 때 재상을 지낸 충재 권벌이 터를 잡으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안동 권씨 집성촌으로 수백년 된 고택들이 많다. 
 

닭실마을에서 나와 915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오다 36번 국도로 갈아타고 봉화 방면으로 가면 탄산 성분이 다량 함유된 다덕약수가 나온다. 다시 봉화에서 청량산 쪽으로 가다 보면 낙동강 줄기를 가장 잘 굽어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일명 범바위전망대. 이곳에 서면 감입곡류(嵌入曲流)의 전형적인 하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동강 상류에서 가장 큰 사찰이 청량산도립공원 내에 자리한 청량사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청량사 뒤편으로 보살봉이 내려다보고 있다. 
 
안동은 옛 선비들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조선 연산군 시절 형조참판 등을 역임한 농암 이현보도 이 중 한 사람인데 농암의 자손들이 5백여 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도산면 가송리에서는 전통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농암종택 054-843-1202). 
 
종택에서 오솔길을 따라가면 퇴계 이황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예찬했던 ‘녀던길’이 나온다. 녀던길은 걷기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 길 끝에 퇴계 선생이 후학을 가르친 도산서원이 있다. 안동을 여행하면서 들르지 않을 수 없는 곳이 하회마을이다.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돈다고 해서 ‘하회(河回)’다. 서애 유성룡의 종가와 남촌·북촌댁이 하회마을을 대표한다.
 
하회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애 선생이 풍산서당을 옮기면서 세운 병산서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 꼽히는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앉으면 낙동강과 건너편 푸른 절벽의 풍광에 옛 선비의 풍류가 부럽지 않다.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는 전형적인 ‘물돌이마을’이다. 삼면이 물에 접해 ‘물이 돌아가는 마을’이라고 해서 ‘수도리(水島里)’라 부른다. 이곳의 가옥 48채 중 16채가 백년 넘은 고택이다. 반남 박씨와 예안 김씨의 집성촌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영주시가 자랑하는 소백산 자락의 사찰 부석사.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이곳에는 배흘림기둥으로 잘 알려진 국보 제18호 무량수전 외에도 조사당 벽화와 자인당, 안양루 등 눈여겨볼 문화재들이 많다.

소백산 남쪽 순흥면으로 발길을 옮기면 소수서원이 있다. 조선 중종 38년(1543년)에 지어져 백운동서원으로 불리다가 퇴계 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할 당시 소수서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소수(紹修)’는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한다’는 뜻. 소수서원 부근 선비촌 마을은 전통문화체험공간으로 민박체험 숙박을 할 수 있고, 옛 방식으로 지은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문경 여행은 새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영남과 한양을 잇는 길목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조선시대에는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큰 길이었다. 새재는 최고점의 해발고도가 6백43미터인 높은 고갯길이지만 생각보다 험하지는 않다. 1관문에서 3관문까지 6.5킬로미터 구간이 황토로 보존돼 맨발로도 걷기에 좋다. 길옆 계곡에 드라마 <왕건> 세트장이 자리하고 있다.
 

산북면 김룡리에 있는 김룡사는 신라 진평왕 10년(588년) 운달조사가 창건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624년 다시 지었다. 김룡사는 멋진 숲길을 품고 있다. 2킬로미터쯤 되는 참나무숲길을 지나면 우람한 전나무가 도열하듯 서 있다.
 

오정산 능선을 따라 축조된 마성면 신현리의 고모산성에도 올라보자. 해발 2백31미터의 북쪽 산봉우리를 기점으로 능선을 마름모꼴로 잇고 있다. 고모할미와 고부할미가 경쟁을 하며 하룻밤 새에 쌓았다는 전설이 있는 이 산성은 신라 때 방어선을 구축했던 곳. 문경 여행을 마치고 문경온천에 들러 휴식을 취하면 좋다. 개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물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상주에서 낙동강변을 여행하기 전 들러볼 곳이 있다. 공검면에 있는 연꽃 저수지인 공검지다. 삼한시대 3대 저수지 중 하나였던 곳이다. 화려한 여름 연꽃이 길 가던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벌면에 가면 옛 매호초등학교 자리에 상주예술촌이 있다. 2002년 11월 개촌한 상주예술촌은 회화작가와 사진작가, 연극·풍물·대중음악팀들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상주예술촌에서 남쪽으로 달리면 낙동면 낙동마을이 나타난다. 낙동강이라는 강 이름을 낳게 만든 낙동마을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사벌면에 상주가 자랑하는 경천대가 있다. 빼어난 경치를 품고 있어 낙동강의 ‘제1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낙동강변 기암절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늘이 스스로 내린 경치’라고 해서 ‘자천대(自天臺)’라고도 불린다. 경천대는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경천대 앞 인공폭포 앞에서 시작해 돌탑 길과 전망대, 경천대, 출렁다리 등을 돌아 다시 인공폭포까지 오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상주시 남장동에 가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천년 역사를 지닌 남장사가 있다. 김천 직지사의 말사(末寺)로 신라 흥덕왕 때 지은 사찰이다. 보광전과 관음선원에 목각괘불탱과 철조불 등 보물이 있고 사찰로 올라가는 길가에도 석장승과 같은 지방문화재가 있다. 남장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마을이 곶감마을이다. 가을이면 곶감을 깎고 말리는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마을 초입의 상주자전거박물관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탈 수도 있다. 

글/사진 : 박상대(여행스케치 대표)
출처 :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