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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꽃담

꽃담. 지호락(知好樂))의 백미

공자가 제시한 사물 인식의 3단계인 지호락(知好樂)은 전통 건축을 이해하는데 좋은 비유가 될 수 있다. 아는 것, 즉 단순 지식은 가장 초보적인 단계이다. 이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그 다음은 좋아하는 단계이다. 건축적 • 조형적으로 좋고 싫음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하며 좋다면 왜 좋은지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 기준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경지는 즐기는 단계이다. 즐김으로써 내적 심리 상태에 구체적인 향상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 참뜻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면 몸에서 엔도르핀이 솟게 된다. 그러면 성품이 너그러워지고 현실을 보는 관점이 관대해지게 되는 식이다.

호(好)와 락(樂)이 필요한 이유는 전통 건축을 대함으로써 현재 우리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고궁이나 옛집에서 담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담길을 따라 낙엽 밟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또 어떤 사람은 돌담길에 얽힌 추억담을 늘어놓으며 남모르는 우수에 젖기도 하고,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돌이나 흙으로 소박하고 질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담장을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었다. 담장을 쌓는 사람은 돌 크기나 흙 양을 미리 계산하지 않고,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쌓는 동안 질서를 찾아가며 담장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질서가 없는 재료로서 질서를 창출하는 지혜와 멋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문양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꽃담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담장은 한국인의 정서와 잘 어울려 소박하면서도 분방한 듯하다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쌓은 돌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의 추억도 묻어주면서 욕심 없이 쌓은 돌들이 은근한 멋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나라의 담장은 욕심 없는 민족성과 은근한 미의식, 해로운 것들로부터의 방어와 공간 구성을 위한 실용성 등 우리 민족의 슬기와 미적 감정을 알게 해 준다. 대체로 담장치레만 보더라도 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만큼 꽃담은 궁궐과 민가의 얼굴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