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담은 구분이다. 때론 나와 너를 나누며, 때론 인간과 자연을 가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상식을 뛰어넘는 담이 있다. 꽃담, 말부터 참 예쁘다. 꽃담은 소통이다. 집주인의 성품을 드러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꺼이 초청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도 소망한다. ‘여기는 내 땅이야’, ‘타인 출입금지’ 식의 엄포가 없다. 질박하면 질박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여유와 만족을 안다. 우리네 조상들의 마음씨를 빼닮았다. 안보다 밖을 먼저 생각한 꽃담은 삶의 여유이며 타인을 위한 배려의 소산물이다. 이처럼 꽃담은 안과 밖을 구분 짓지 않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무한 경계의 환경예술이다. 스쳐 지나가면 그저 벽일 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미처 몰랐던 우리 문화의 멋과 흥이 숨어 있다.”
우리네 삶의 냄새가 묻어 있는 옛집과 꽃담,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의 세계가 한 권의 책 속에서 펼쳐진다. 전북지역 일간지인 전민일보 문화교육부장으로 재직 중인 이종근의 ‘한국의 옛집과 꽃담’이 도서출판 생각의 나무에서 나왔다.
이 책은 저자가 10여 년 동안 전국에 흩어진 꽃담을 직접 답사하며 담과 굴뚝 등에 새겨진 무늬가 지닌 다양한 상징을 읽어내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를 글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와 상징들을 꼼꼼히 설명해줌으로써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 문화의 결을 생생하게 느끼고 알게 해주는 안내서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굵직한 역사유적에 대한 서적은 많이 발간됐지만,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문화의 흔적에 대한 소개는 아직까지도 미진한 게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문화의 틈새를 메워주며, 아울러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맞잡고 우리 문화의 숨결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이길 자처한다.
“따스한 관심을 품고 주변으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사라져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꽃담은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문화유산 가운데 흙으로 남은 마지막 작품입니다. 일반 백성, 사찰, 궁궐에 이르기까지 모두 공유했던 만큼 스펙트럼도 아주 넓죠. 따라서 우리네 조상들의 질박한 삶과 다양한 계층이 지닌 문화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는 즐거움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러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집 주인의 미적 감각과 개성을 한껏 드러낼 수 있었던 꽃담이 열악한 관리 시스템과 문화재청,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역사의 그늘에서 힘겹게 숨 쉬고 있는 이들을 재발견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에 새 숨을 불어넣어 보자는 취지로 옛집과 꽃담을 찾아 나서게 됐습니다.”
책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담장과 굴뚝, 합각 등을 보다 명료하게 소개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구분해 서울ㆍ경기, 충청ㆍ강원, 전라도, 경상도 등 총 4부로 구성하고 있다. 각 지역 대표 문화재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된 꽃담의 존재를 치열하게 파헤쳤음은 물론, 지역 명문가의 풍수와 선비가에 대한 수준 높은 고급 정보, 향토와 가계의 은밀한 사연을 소개함으로써 꽃담을 둘러싼 배경과 역사적 고증, 풍수지리학적인 풍부한 정보까지 전달하고 있다.
한편 저자 이종근은 20여 년 동안 언론사에 종사하며 한국프레스센터, 한국언론재단, 방일영문화재단, 관훈클럽 기획출판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저서로는 ‘온고을의 맛, 한국의 맛’, ‘전북문학기행’, ‘모악산’, ‘전라도 5일 장터’, ‘전북의 축제’, ‘한국 문화의 집 바로보기’, ‘주민자치센터 운영의 길잡이’, ‘명인명장—이태백 사오정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우리 동네 꽃담’ 등이 있다. 사진은 미술전문잡지 월간 아트프라이스에서 사진팀 팀장으로 근무했던 유연준씨가 맡았다./김상기기자/2010/04/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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