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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새통

우리 동네 꽃담

흙담을 쌓되 흙이 주저앉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돌을 박거나 깨진 기와를 섞어 무늬를 넣어 만든 꽃담.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길상(吉祥)적인 의미를 지닌 글자나 꽃, 동물 등의 무늬를 넣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은 "꽃담은 주인의 지혜와 마을 목수와 장안 목수의 기원과 상징이 피어나는 글자꼴, 문자난장과 꽃 그림, 색채 모자이크로 장식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설치미술"이라고 말한다.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로만 보지 않고, 담에서 아늑하고 소박한 우리 민족의 모습을 찾는 이종근씨. 전민일보 문화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우리동네 꽃담」(생각의나무)을 펴냈다.

우리 문화의 맥박을 찾는 고행길은 10여년이 걸렸다. 이씨는 "꽃담은 흙으로 남아있는 마지막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근 씨가 5년간 고생해서 찾은 정읍 영모재. '쌍 희(囍)'자 선명하게 남아있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꽃담은 경복궁 아미산 굴뚝(보물 제811호),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 대구 도동서원 강당사당부 장원(보물 제350호), 낙산사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4호) 등 네 곳 뿐. 전국에 산재해 있는 꽃담들이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하면서 세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점차 그 자취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책은 '서울·경기' '충청·강원' '전라도' '경상도'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국모의 성품이 느껴지는 경복궁 교태전 뒤편 아미산 동산을 연결시킨 꽃담, 흥선대원군의 목란도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듯 정갈한 예술성을 뽐내는 창덕궁 낙선재 후원의 꽃담, '길(吉)'자와 꽃잎 모양의 아기자기한 무늬가 서로 만나 상생의 기쁨을 보여주는 운강고택 화방벽…. 전북에서는 송광사, 김동수 가옥, 용오정사, 정읍 영모재, 정석주 가옥이 소개됐다. 특히 사진 속에만 남은 줄 알았던 '쌍 희(囍)'자 선명하게 남아있는 영모재는 5년 동안 고생해서 찾은 것으로 '관념을 넘어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각 계층마다 장식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법으로 제도화해 그 차이를 뒀지만, 꽃담은 천민과 양반, 왕족 모두가 사치할 수 있는 건축물로는 매우 드문 것. 하나의 사물을 통해 다양한 계층이 지닌 문화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사진작가 유연준씨의 생생한 사진에, 지역 명문가의 풍수와 선비댁에 관한 이야기, 향토와 가계의 은밀한 사연까지 더해졌다.

꽃담은 담백하고 청아하며 깔끔하고 순박한 한국의 멋, 아름다움 그 자체. 이씨는 "우리 문화가 잘 알려질 수 있도록 원고를 쉽게 써 일반인들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사찰과 민속마을의 꽃담 등 소박하고 질박한 꽃담을 중심으로 2권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07 방일영문화재단 기획출판' '2008 생각의 나무 기획출판' 선정작이다.

 

작성 : 2008-06-12 오후 7:03:22 / 수정 : 2008-06-12 오후 7:46:16

도휘정(hjcastle@jjan.kr)/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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