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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조각가 이송선

 

 

 

 

 

나쁜 기운을 떨치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예부터 정초에 궁궐이나 대가집 대문에 걸었던 호랑이 그림은 귀신을 쫓는 효험이 느껴질 정도로 사나운 눈빛이 그 특징이다. 조각가 이송선씨(43.군산시 회현면 고사리)는 한국 호랑이 가운데 가장 잘 생긴 민화로 알려진 김홍도의 호랑이를 비롯해 해학성이 잘 묻어나는 ‘담배 피는 호랑이’ 등을 통해 과감한 재해석을 거쳐 친근한 존재로 다가 와 우리들을 만나고 있다.
 조각 작품 속의 호랑이는 무서움 대신 친근함을 입었다. 작가는 공포의 대상인 호랑이를 친밀감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면서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있다. 익살맞게 웃는 민화 속 친근하고 해학적인 호랑이다.
 우리 민화 속의 호랑이는 유머스럽고 친근감 있는 존재가 아닌가. 이것은 우리 조상의 멋이며 여유요, 자랑이 아니지 않은가.

 

 


 “민화 작품엔 ‘까치와 호랑이’가 곧잘 등장합니다. 특히호작도, 작호도 또는 ‘까치호랑이’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만 오기를 바라는 바램을 그린 것입니다.
 호랑이를 소재로한 민화는 화려한 기교로 다듬기 보다는 단순하면서도 규범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표현으로 우리 선조들의 멋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의 미적 감성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같은 점에서 착안해 아주 예쁜(?) 모습의 호랑이를 돌로 다듬어 작업하고 있습니다”

 


 민화 속 호랑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사랑을 받으며 옛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표현했다. 그래서 재미있는 민간설화, 무속 신앙과 관련된 내용을 그린 민화를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산 중의 왕인 무서운 호랑이가 민화 속에서는 친근하고 익살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호랑이는 어려울 때마다 기운을 북돋아주고 풍요와 희망을 상징한다고 여겨져 예로부터 정초에는 사악한 기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궁궐이나 대갓집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걸기도 했다.
 까치와 호랑이는 어리석은 양반을 풍자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처음에는 한 마리였던 까치도 나중에 두 마리(기쁨 두배, 쌍희 雙喜)로 그려지기도 했다.

 


 소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까치와 그 밑에서 이를 바라보녀 웃고 있는 호랑이를 소재로 그린그린 까치와 호랑이는 하나의 유형화된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이며, 인간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전능의 신으로 여겨지는 서낭신의 사자로서 우리와 아주 친숙한 새이고 호랑이는 서낭신의 신지를 받들어 시행하는 심부름꾼이다.

 


 또 까치 호랑이 그림은 다른 측면으로도 해석이 도기도 한다. 뚱한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호랑이는 부패한 관리로, 소나무에 앉아있는 까치는 일반 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권위적이고 부패한 위정자들을 비꼬며 조롱하는 까치와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호랑이의 모습이 풍자적인 구실을 하는 것이다.
 “민화 속의 호랑이는 무섭기는 커녕 어쩌면 바보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조상들의 넉살과 해학 때문에 민중들과 함께 여는 세상을 담아내기 위함이었지요”
 그의 호랑이 작품은 전통의 멋이 한껏 느껴지며 현대적인 감각이 오롯이 배어있다. 투박한 상주석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푸근한 느낌의 호랑이 조각은 그렇게 스토리를 엮어낸다.

 

 
 친근감마저 엿보인다. 거부감이 전혀 없다. 전북도립미술관 뜨락에 있는 그의 작품 호랑이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 아이들이 이를 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할 따름이다. 스트리트 퍼니처가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할아버지 같이 푸근하고 장난기 가득하고, 악한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한 얼굴을 한 조각 작품 속 호랑이. 장난스러우면서 귀여운 호랑이 한 마리를 데려다가 키우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하하호호(賀賀虎虎), 바라보면 볼수록 웃음을 머금게 되는 정겨운 호랑이 조각 작품을 보면서 ‘2010 호랑이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종근기자/입력 : 2010-01-04 13:40:54

 

 


작가가 걸어온 길

군산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군산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조소전공) 수료
제1회 개인전(1993, 전주 얼화랑)
제2회 개인전(2002, 서울예술의전당)
제3회 개인전(2004,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제4회 개인전(2008, 익산 미륵사지 앞)
제5회 개인전(2008, 군산 산타로사 갤러리)
작품 소장:국립현대미술관, 전라북도청, 전북도립미술관, 지운빌딩, 새봄어린이집, 아이세상  어린이집 등
(현)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조각분과 이사, 전북조각회 이사, 서해조각회, 삶이야기 조각회,   환경미술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