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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장황연구가 변경환씨 외길 인생

 

 

 

 

배첩(배첩이란 글씨나 그림에 종이, 비단 등을 붙여 액자, 병풍, 족자, 장정, 고서화 등으로 처리하는 전통 공예기술을 말함)명인 변경환씨(62, 대한명인 제05-24호, 기린산방 대표)가 화사한 봄빛을 집안 가득 불어넣는다.
 풀을 먹여 붙이고 두드리는 등 꼼꼼하고 정교한 손길로 훼손된 예술품을 되살려내는 그는 세월의 더께를 말끔이 씻어낸 채 ‘전통문화’를 올곧게 배첩하고 있는 장인이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생명을 다한듯한 옛 그림이, 바삭바삭하게 갈라져 팡이내음 퀴퀴한 백수복병풍이 마법에 걸린 듯 본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변씨는 지난달 24일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문화연수원(원장 임덕수)이 마련한 ‘문화재 수리,복원 전문인 양성 과정’의 수료식에서 2년 동안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서 전통문화연수원장상을 받으며 전주 장인의 혼을 또한번 널리 알렸다.
 풀을 먹여 붙이고 두드리는 등 꼼꼼하고 정교한 손길로 훼손된 예술품을 되살려내는 배첩 장인 변경환씨. 그는 지난 2008년 3월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문화연수원에 늦깎이로 입학, 2년 동안 하루 종일 방학도 없이 도제식 교육으로 기능을 전수받은 후 28일부터 전주의 일터로 돌아왔다.
 “만 2년만에 전주로 돌아와 작업을 다시 시작하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전통문화연수원에서 가장 연장자인 제가 공부를 할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아내와 제 몫까지 충실히 다한 아들 석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지류, 섬유, 전적 문화재 보존, 복원’ 과정을 수료한 변씨는 17세에 서재영 명인을 만나 표구에 입문, 서울 세종표구사 대표 이의균씨를 사사하면서 40여 년 동안 한국금석문대계, 채용신의 영정, 황산대첩비, 황희정승 영정 등 문화재와 김제 청운사의 5백나한도, 그리고 전주시 강암서예관의 김홍조 화조도, 한석봉의 글씨 등 전체를 배첩하기도.
 제3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는 천인천자문을, 제4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는 백납병을 각각 제작했으며, 지난 2005년 대한명인에 선정돼 대한민국 대한명인전(2006, KINTEX), 2007세계명인문화예술대축제(AT센터) 전시회 등에 출품하면서 전통의 향을 널리 발산하기도 했다.
 “‘문화재 수리, 복원 전문인 양성과정’은 지난 2008년도부터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정으로 문화재 수리, 복원과 전통기법 재현 분야에 대한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실기 및 연구 능력과 지도력을 갖춘 전문인을 양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실시했다고 합니다.
 교육 과정마다 분야별 소수 정예의 연수생을 선발하여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지도하에 2년 동안 이론과 실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전통문화연수원의 핵심 과정 중 하나였다고 하니 이번에 수료를 한 모두(9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들 1기생들은 앞으로 문화재 수리, 복원 및 활용 분야 등 문화재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할 예정이며, 일부 수료자의 경우 이미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 고궁박물관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
 “그동안 각종 공신교서와 영정(초상화) 등의 궁중 장황(표구)과 불교 경전 등 밖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각종 지류와 섬유, 전적문화재를 고증에 바탕해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또, 비단과 종이 등 재료의 천연 염색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교육생들이 실습하며 기능 등을 터득하게 됨은 물론 전국의 박물관, 미술관 등을 수시로 드나들며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었으니 어쩌면 저는 행운아인지도 모릅니다”
 변씨는 전통문화연수원 생활을 하면서 충남대학교 누리사업단에서 R&D사업 ‘한지 & 천연염색’에 연구원으로 참여해 의미있는 결과물을 냈으며, 한, 중, 일 장황(표구라는 말은 일본에서 건너옴)연구회의 회원으로 2회(한국, 중국)에 걸쳐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도 성실한 모습으로 활동했다.
 한국문화재보존학회 회원이기도한 변씨는 “8백여 채 한옥의 기와 지붕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전주의 풍경을 생각하면서 전통의 혼을 올곧게, 굿굿하게 지키고 싶다”며 “이제는 전북을 뛰어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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