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담’은 집을 안팎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담의 높이는 안방 마루에 앉아 밖을 볼 때 눈높이보다 낮다.
아늑함을 주지만 외부인에게 담의 존재는 열린 공간이면서 내외, 성역, 신역 공간의 의미를 느끼는 무한 경계의 환경예술이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 한국의 문화가 살아있다. 기와 밑에서 아름다운 향취를 뽐내는 ‘한국의 꽃담’이 10년 여의 작업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보물 제811호 경복궁 아미산의 굴뚝, 보물 제810호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 보물 제350호 대구 도동서원 강당사당부 장원,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4호 낙산사 원장 등 4종의 꽃담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그러나 여타의 꽃담은 기와 및 전돌로 만든 까닭에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는 등 세인의 관심 밖으로 점차 밀려나 자취를 잃어가고 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제 갈 길을 잃고 잊혀져갈 때 전민일보 이종근 문화부장과 사진작가 유연준씨가 ‘우리 동네 꽃담(생각의나무 펴냄/1만2천5백원) ’을 펴내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우리 동네 꽃담'은 이번 7월 20일(일요일) sbs라디오 '유자효의 책하고 놀자(아침 6시-7시)'의 작가로 선정, 20여 분간 '내 책 어때요'코너에 방송될 예정이다.
한복과 한옥, 사찰, 단청 등 널리 알려져 고답적인 내용을 탈피하고 독특한 소재인 꽃담으로 흙의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에 착안, 문화재로는 유일하게 흙 향기를 담은 꽃담을 펴내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꽃담을 오래 발효된 사진과 함께 깔끔하고 탄탄한 문장력으로 선보인 이 책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글자나 꽃, 동물 등 무늬를 넣어 주변의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꾀한 선조들의 삶과 염원이 담긴 꽃담은 세계적으로도 천민과 양반, 궁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드문 소재이다.
이처럼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담장과 굴뚝, 합각을 망라하고 자리 잡은 꽃담을 지역별로 구분해 소개한다.
서울 및 경기도편에는 경복궁 아미산 굴뚝, 자경전십장생 굴뚝, 창덕궁 낙선재, 덕수궁 유현문, 여주해평윤씨동강공파종택, 수원 화성, 진접 여경구가옥, 동구릉, 신륵사(다층석탑, 합각), 남양주 궁집, 충청도 및 강원도편에는 낙산사, 돈암서원, 유봉영당, 법주사, 계룡산 중악단, 회덕 동춘당 고택이 실려 있다.
전라도편에는 송광사, 대흥사(대둔사), 낙안읍성, 장흥위씨 고택, 고창 용오정사, 김동수가옥, 정읍 영모재, 김제 정석주씨 합각, 고창 송양사, 경상도편에는 운강고택, 안동 하회마을, 독락당, 쌍계사, 성주 한개마을, 닭실마을, 봉화향교, 송소고택 등을 통해 발품을 팔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이 부장은 사찰의 꽃담과 민속마을의 꽃담 등 ‘소박함과 질박함의 꽃담’을 중심으로 후속편 2권을 준비중에 있다.
이 부장은 “봄이 오면 담쟁이덩굴이 휘감고 가을이 오면 빨간 홍시와 낙엽으로 단장하던 나지막한 꽃담은 시멘트 담과 아파트에 밀려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면서 “물질과 효율, 경쟁과 속도로 규정되는 현대인들이 찬찬히 꽃담을 바라보면서 느림의 미학을 따라주었으면 한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이종철 총장도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조상의 흙 냄새와 어머니의 젖 냄새가 풍기는 구수함과 정감이 담겨 있어 건축가,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고자 하는 문화 광부와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전북도민일보 기자와 전주시 ‘문학의집’ 관장을 거쳐 현재 전민일보 문화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온고을의 맛, 한국의 맛>,<전북문학기행>,<모악산>,<전라도 5일 장터>,<전북의 축제>,<한국 문화의 집 바로보기>,<주민자치센터 운영의 길잡이>,<명인명장-이태백 사오정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등이 있다.
문화의집 관장으로 일하던 때에는 한국, 프랑스 국제 컨퍼런스 대한민국 대표로 선정, 문화의집의 본 고장 프랑스에 한국의 문화의집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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