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가 그림마다 가득합니다. 붉은 꽃을 달고 있는 식물은 여뀌구요, 보랏빛 메꽃은 여뀌 줄기를 타고 올라 나팔같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화면 위에는 잠자리가 한 마리 있는데, 온통 까만색입니다.
특이한 그 이름 며느리밥풀꽃. 옛날 욕심많고 심술궂은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무척 구박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시키며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구요.
결국 며느리는 굶어 죽었고 그 영혼은 꽃으로 피어났죠. 배가 고파 죽은 탓이어서 일까요, 꽃 모양이 마치 입에 하얀 밥알을 달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하네요. 일렁이는 슬픔에 뜨거운 것은 눈가에 흐르는 눈물 방울.
서양화가 조영대(48)씨는 오늘도 자연 앞에 서서 내면에 깃든 세상을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통해서 말이죠.
사람들의 눈을 끄는 거창한 주제보다는 작고 이름 없는 것들에 관심을 두고, 얇은 재치나 꾸밈이 적은 화면으로 일상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소박한 미학을 선보이는 작가랍니다.
“어떤 색이든지 어느 부분에서든 꼭 필요한 색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그만큼 다양함을 의식하여 우리 스스로 무한대에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그림을 그리는 일을 즐겼으면 합니다”
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조용히 피었다가 시나브로 지리라는 생각이 작가를 지배합니다. 누가 일부러 다가와 허리 굽혀 향기를 맡아 준다면 더욱 고맙구요.
황혼의 어두운 산 그늘마저 꽃향기를 피우는 까닭입니다. 내 있는 것 모두 갖고 남김없이 꽃불 피우면서 불어가는 바람 편에 가슴 아린 사연도 전하겠다구요.
“외진 풀숲 하얗게 피는 개망초꽃을 보셨나요. 바라 보는 사람 하나 없어도 저 혼자 피었다 스스로 지는 저 꽃을 보세요.
삶도 그와 같아 바람부는 들에서 아무도 모르게 피는 것인 만큼 이름없는 들꽃인들 꽃이 아니겠는지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표표히 살아가는 멋진 삶이었으면 합니다”
이 세상 소풍가는 어떤 날, 한그루의 찬란한(?) ‘나목(2004년 발표작)'이 되고 싶습니다. 한겨울 모진 추위에도 그저 말없이 서 있을 한그루 나무가 가슴으로 들어오는 것 말입니다.
겨울의 모진 고난을 모두 이겨내고 연두빛 새움이 트는 봄을 껴안으며, 녹음 짙은 여름을 만끽하고 아름다운 가을 향연이 끝나는 날 낙엽으로 흩어져가는, 결실의 꿈을 이루는 나목은 그래서 희망의 상징이지요.
작업실이 있는 완주군 용진면 신지리 범바우골이 이 엄동설한에도 외롭지 않는 이유입니다. 따사로움의 실체이기도 하구요.
“올해는 아트페어에 내놓을 작품을 하면서 화랑미술제에도 참여하고자 합니다. 빛을 쪼개여야 색이 보입니다. 다이아몬드 속 투명한 알갱이는 바로 뉴톤현상 때문이구요.
이같은 물리적 현상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색을 썼던 고흐와 박수근화백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작가는 지금, 짙은 초록색, 연한 붉은색, 옅은 노란색 등등 오만 가지 색깔로 사계절을 맘껏 담아내고 있습니다. 모과, 베고니아, 호엽란, 산수유 등이 자연의 빛과 사연들을 하얀 캔버스 위에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졸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붉은 여뀌’를 만납니다. 꽃 잎자들이 너무 고와 문득 이 꽃더미속에 자신을 던져봅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꽃은 온 몸으로 이야기한다. 그림 또한 온몸으로 이야기 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온 몸으로 그려야 한다. 옴 몸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완벽해야 한다.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하늘색이 하나이면서 하나 일 수 없다. 바다색이 하나이면서 하나일 수 없다. 산색이 하나이면서 하나일 수 없다. 온 몸으로 그려질 작품 하나를 맺기 위해 나무가 살아오면서 겪었을 세월의 바람 끝을 보면서 나도 그 세월 바람의 한순간임을 깨닫고 표현하는 이 시점에서.
2.전시기획자 황호경씨의 말
호남 화가들이 태생적으로 갖는 자연과 사물에 대해 직관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작가다. 전통적인 회화의 기법과 정신을 이어받은 조형성에 현대적인 감수성을 더한 그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전통적인 태도의 면에서 친근한 공감을 주고, 동시대 조형 감각을 모색하는 고집스러운 실험정신의 면에서 세련되고 현대적인 미감을 보여주고 있다.
3.작품 소장처
중소기업은행, 한국은행, 국민연금관리공단
4.작가가 걸어온 길
광주 출신
개인전 12회(서울, 전주, 일본, 광주)
원광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원광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제네바 아트페어(2006-2007)
상하이 아트페어(2007)
화랑미술제(2007)
군산대학교, 원광대학교, 백제예술대학, 남서울대학교 강사
(현) 한국미술협회, 무등회, 선과색 회원,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