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용담 (53) 썸네일형 리스트형 <4>용담면 원장마을 1997년 설 전날, 용담면 원장마을 노인정에서 돼지를 잡은 후,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포즈를 취한 마을 사람들의 중앙에 ‘아심불로(我心不老)’라는 글귀가 선명합니다. 오늘따라 이삼만이 휘호한 이같은 글귀도 생각이 나는데요. ‘나는 늙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뜻풀이가 가능하지 않을런지요. ‘孰是孰非如聾過(숙시숙비여농과):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시시비비와 험담은 귀먹은 바와 같이 하라는 글귀가 오른편에, ‘水成潭處却無聲(수성담처각무성):물이 연못을 가득 채울 때면 오히려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글귀가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23명의 어르신들이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돼지를 잡는 일이 아낙네가 참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인가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용담면 수천리 .. <3>정천중 눈사람 1996년 겨울, 지금은 수몰된 정천중학교 대문 왼편으론 전국 불조심 강조의 달 플래카드와, 바로 그 앞에 까치집이 보입니다. 중학교를 알리는 표지석 빗돌 위로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눈사람이 녹지 않은 채 맨 위에 남아 있습니다. 새끼들을 건사하느라 무시로 들락거리던 미루나무 위의 까치집도 텅 비어 있습니다. 사각사각, 오솔길에 드러누운 빛바랜 들풀이 발길에 짓밟혀 부서지는 소리가 애처롭기만 합니다. 한때 하늘도, 들판도, 나무도, 풀도 한때는 푸름과 열망으로 가득하지 않았던가요. ‘마이산 높이 올라 내려다 보니/ 주천 안천 정천 합수쳐 용담이라/ 용담에 목욕하고 이골 평화를/ 천황사에 밤낮으로 기도하니/ 상전 담밭 김매는 아낙네들과/ 마령 평지 배미 배미 모내는 농군들의/ 우렁찬 풍년 노래 백운과 같이.. <2>정천면 봉학리 정천면 소재지 봉학리 눈꽃이 운장산 능선을 하얗게 넘어선 가운데 여린 겨울을 덮치며 하늘가로부터 몰려옵니다. 메마른 풍경과 방황하는 바람도 모자람 없이 고요의 하얀 시간을 잘도 품어냅니다. 눈을 뿌린 하늘은 한 가지도 부족함 없는 세상살이처럼 푸근하고 넉넉한 시간으로 쌓여갑니다. 정천시장 삼거리, 저 멀리론 진안과 주천이란 글귀가 선명한 도로표지판이, 가까이론 정천종합슈퍼가 보이는 가운데 10여 명의 아이들이 서설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그 시간, 어른들은 다방에 모여 용담댐 수몰 이야기로 시름이 운장산 봉우리처럼 쌓여만 갑니다. 정천면 봉학리(鳳鶴里)는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봉산리와 학산리 일부를 병합한 후 한 자씩 글자를 따서 불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용담댐 건설로 일.. 백종희씨가 쓴 이철수의 용담이야기 <1>정천면 양촌마을 겨울 진안군 정천면 양촌(陽村)마을은 1914년 2월까지는 용담군 일남면 봉암동 지역이었습니다. 이어 3월에는 정천면 봉학리 양촌마을이 됐습니다. 이 마을은 200여년 전, 김(金)씨 일족이 이곳에 정착하게 되면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마을 뒷산에는 호랑이가 자주 나와서 피해를 끼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함정을 파놓았습니다. ‘함정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명칭을 ‘함지(陷地)골’로 불러오다가 운장산 줄기를 타고 양지바른 산 밑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일제시대 초에 ‘양촌’이라 개칭했다고 합니다. 마을의 형국이 호랑이가 함지에 꼬리를 빠뜨리고 있어 아래 함지골, 위 함지골이라 한때도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은 그리울 때가 더 아름답습니다. 아름다..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