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새와 황새 함께 날았으니(鳳凰于飛·봉황우비)/화합하며 즐겁게 노래를 했지요.(和鳴樂只·화명락지)/이제 봉새는 날아가 돌아오지 않으니(鳳飛不下·봉비불하)/황새는 혼자 슬피 울어만 댑니다.(凰獨哭只·황독곡지)/머릴 긁으며 하늘에 물어봐도(搔首問天·소수문천)/하늘은 묵묵부답이네요.(天默默只·천묵묵지)/하늘은 길고 바다는 넓은데(天長海闊·천장해활)/이내 한은 끝이 없네요(恨無極只·한무극지)'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을 애도하는 강릉 최씨(江陵崔氏)가 지은 ‘도망부사(悼亡夫詞’(죽은 남편을 애도하는 글)'로, ‘신증동국여지승람’ 권29 ‘문경현’에 실려 있다. 그녀는 조선조 세종 때 이조참판 등을 지낸 최치운(崔致雲·1390~1440)의 딸이다. 최치운은 신사임당의 외할머니의 할아버지다. 그러니까 위 시를 지은 강릉 최 씨는 신사임당의 외할머니의 고모가 된다. 최씨는 안귀손(安貴孫)에게 시집갔다, 그는 1498년 무오사화 때 사위 신숙빈(申叔彬)과 함께 경북 문경 가은으로 은둔했다. 그곳에 상강정(上江亭)을 짓고, 후진을 양성하다가 세상을 버렸다.
'봉황우비(鳳凰于飛)'는 시경(詩經) 대아(大雅)· 권아(卷阿)의 한 구절에 나온다. '봉황이 날아오른다'는 뜻으로, 한 자웅의 봉황이 서로 짝지어 나는 것처럼 부부가 서로 화목함을 뜻하거나 타인의 혼인을 축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흔히 ‘봉황(鳳凰)’이라 말하는데 ‘봉새’는 수컷을, ‘황새’는 암컷을 가리킨다. 암수를 합해야 비로소 봉황이 된다. 강릉 최씨는 죽은 남편을 봉새, 자신을 황새로 비유하였다. 봉새와 황새가 함께 노닐 때의 즐거움과 짝을 잃은 뒤 애끓는 심경을 대비해 표현했다. 하늘과 바다가 넓어도 끝이 있다고들 하지만, 남편 잃은 최씨의 한은 끝이 없다. 마침내 최 씨는 위 시를 남편의 영전에 바친 뒤 곡기를 끊고 남편의 뒤를 따랐다.
전주한벽문화관 전통혼례청 '화명원(和鳴院)은 '화락하게 지저귀다'라는 뜻이다. 이곳은 부부가 금슬좋게 잘 화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조선시대의 사대부 양반집을 연상하게 만드는 전통 한옥의 멋이 잘 살아있다.
혼례와 회혼례, 금혼식, 은혼식 등 잔치뿐만 아니라 혼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혼례 의상을 갖추어 전통혼례 체험을 할 수 있다.
'화명원'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莊公)' 22년 조(條)에 나오는 '봉황우비(鳳凰于飛), 화명장장(和鳴鏘鏘)'이란 말로부터 취한 이름이다. '암수의 봉황이 날아들어 사이좋게 같은 목소리를 내며 지낸다'는 뜻으로, 결혼을 축하할 때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장장(鏘鏘)'은 봉황의 울음소리. 아름다운 소리이다. '화명원'의 이름은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지었고, 편액 글씨는 중하 김두경 선생이 썼다. 이윽고 누각 입구에 풍악대가 자리를 잡고 흥겨운 장단을 울리기 시작한다. 집례자인 우정 이존한선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그는 퇴직을 한 후 한국전통예절연구원을 통해 예절교육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 지금까지 250여 쌍의 전통 혼례 집례를 했다. 전통혼례를 한 이들 부부가 한 마리의 수컷 봉황과 한 마리의 암컷 봉황이 짝지어 날아오르는 것처럼 관계가 서로 잘 어울린 가운데 화목과 행복을 다시 한 번 기원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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