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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북의 먹거리2> 전주 인후동 야래향 사과 동치미(싱건지)

<전북의 먹거리2> 전주 인후동 야래향 사과 동치미(싱건지)

얼마 전, 전주 인후동 2가 중국음식점 '야래향'에서 사과 동치미(싱건지)에 짬뽕 한 그릇을 맛보았습니다. 사장님의 부인이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동치미는 무를 주재료로 만든 김치입니다. 강원도 사투리로는 '동지미'라고 합니다. 싱건지는 '싱거운 김치'라는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입니다. 표준말로는 동치미라 합니다. 

어릴 적부터 싱건지라 들으며 먹었기 때문에 동치미라하면 왠지 그 맛이 살지 않습니다.

전라도 사람들이 동치미를 싱건지라고 하는 이유는, ‘싱거운 지’를 빨리 발음하다 보니 ‘싱건지’가 된 것입니다. 싱건은 싱거운의 준말인 셈입니다. ‘싱거운 지’는 싱거운 김치라는 뜻입니다. 묵은지 할 때 쓰듯 여기의 ‘지’는 한문으로 김치 지(䓜)자입니다.

싱거운 김치, 이 얼마나 사실적인 표현인가요.  좋아 짜고 매운 음식을 피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싱건지는 최적의 반찬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금세 밥을 먹고도 뒤돌아서면 배가 꺼졌습니다. 어른들도 배 꺼진다며 뛰어노는 걸 말렸을 정도입니다. 사실 배가 일찍 꺼지는 이유는 밥을 적게 먹어서가 아닙니다. 고봉은 아니어도 그들먹한 밥그릇의 밥을 먹어도 배가 금세 꺼지는 이유는 그만큼 소화가 빨리 됐기 때문입니다.

보리밥, 고구마, 무, 시레기, 김치, 된장국 등은 그만큼 소화가 잘 되는 음식입니다. 더구나 김치나 김칫국에는 유산균이 풍부한 것으로 압니다. 

요즘 같은 인스턴트 음식과는 비할 바가 아닙니다. 헛것이 보일 만큼 배고픈 시절을 겪었어도, 이만큼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것은, 우리가 어릴 때 허천나게 먹었던 그 음식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라도 음식은 짜고 맵지만 인심은 싱겁다는 말이 남아 있는 까닭입니다.

'한겨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밥상에 둘러앉아 푹 익은 배추김치 한 가닥 쭉 찢어 밥숟가락 위에 올려 먹으면 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지. 살얼음 조각들이 잘게 부서지며 반짝반짝 빛나던 세갈지를 젓가락으로 푹 쑤셔 들고 아삭아삭 베어 먹으면 이 세상 풀리지 않는 일이 없었지. 밥을 먹다 목이 메면 살얼음 잡힌 싱건지를 훌훌 떠먹으면 창자 속까지 시원해져 이 세상 얹히는 일이 없었지.'

이빨이 시려서 식솔들 여기저기서 긴 호흡을 들이키며 고개를 내젓고 감칠맛 나게 먹던 우리 집 겨울철 밥상은 늘 '왕후(王侯)의 찬'이었습니다.

살얼음 잡힌 저 싱건지, 창자 속까지 시원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