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된 덕유산 ‘상제루(上帝樓)’와 한국의 팔각정
지난 2일 0시 23분께 무주군 덕유산의 관광휴게시설인 '상제루 쉼터'에서 난 불이 1시간 50여분 만에 꺼졌다. 심야에 난 불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쉼터 건물 전체가 탔다.
이는 한식 목조 형태 3층 높이의 건물인 상제루 쉼터는 1997년 지어져 등반객 입소문을 타고 설천봉(해발 1,520m)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옥황상제관’이라는 뜻을 지닌 설천봉의 상징 ‘상제루(上帝樓)’는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겨울철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건립된 목조 건물이다. 등산객 쉼터와 기념품 판매점 등으로 쓰였다. 곤돌라를 타고 접근할 수 있어 평소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었다.
백두대간 끝자락에 있는 덕유산은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기 때문에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자 '상제루' 쉼터를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혹시 옥황상제가 있다면 이번 화재를 보고 뭐라 할까.
'무주 100경(茂朱100景)'은 2014년 무주군에서 관광 명소를 홍보하기 위해 선정한 100곳의 관광 자원을 말한다. 이는 군 곳곳에 숨어 있는 명소를 찾아 모아 스토리를 부여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관광 형태를 변화시켜 관광 군으로서 면모를 새롭게 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지역 전체에 확산시킨다는 취지에 따라 계획됐다.
군 내 6개 읍, 면에 위치한 명소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설명함으로써 무주군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무주읍에서는 한풍루와 반딧불이 서식지, 금강 변 잠두 마실길 등 9경을, 무풍면에서는 사선암과 삼봉, 대덕산 등 8경을 선정했다. 적상면에서는 무주 적상산성 서문 터와 머루 와인 동굴, 갓바위 등 26경을, 안성면에서는 용추폭포와 칠연의총, 칠연폭포 등 11경을, 부남면에서는 조항산 병풍 바위와 각시 바위, 금강 유원지 등 8경을 선정했다.
설천면에서는 나제통문 등 무주 구천동 33경을 포함, 국립 태권도원 전망대와 민주지산 등 38경을 선정했다. 그 중의 하나가 설천봉과 상제루(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2㎞ 지점)이다.
무주덕유산 리조트 설천하우스에서 관광곤도라를 타고 해발1,520m 설천봉에 오르면 설천봉의 상징인 '상제루'가 있었다.
지난 1997년에 지어진 후 설천봉의 상징이 된 3층 높이의 기와지붕과 한식 우물반자형태의 팔각 목조건물로 각 층의 지붕은 내림 마루 3단으로 전통적인 한식 기와 잇기를 했다.
옥항상제관의 최상단의 지붕엔 화강석으로 제작된 절병통을 설치, 팔각정의 규모와 상징을 과시하고 있다.
전주 완산공원 팔각정은 1971년 5월 5일에 낙성식을 가졌다. 편액은 강암 송성용 (1913∼1999)선생이 썼다. 덕진연못 명물 중 하나인 팔각정으로 지어진 '연화정'은 1980년 건축됐다.
광주엔 사직공원에 팔각정이 생겨난 이후 중외공원(야외공연장 위쪽), 지산유원지(무등산 향로봉)에도 생겼다.
왜 정자는 팔각정이 많을까? 사각정과 육각정도 있지만 팔각정이 가장 안정되어 보인다. 왜일까? 물론 8각 모퉁이를 깎으면 16각정이 되지만 그렇게까지 짓기는 힘들다. 그래서 여덟 개 각을 가진 팔각정이 가장 보편적으로 안정된 정자다.
우선, 사주나 역학에서 주로 얘기하는 ‘팔괘’에서 팔각정이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팔괘’는 자연계 구성의 기본이 되는 하늘, 땅, 우레, 불, 지진, 바람, 물, 산 등을 상징한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라고 생각했다. 이를 '천원지방 (天圓地方)'이라고 한다.
팔각의 형태가 이 하늘과 땅 사이의 중간계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팔각정이 산 정상에 많이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보통 공익적인 건물은 팔각의 형태를 띠었다. 조선왕조가 무너지면서 팔각이라고 하는 것들을 일반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전까지는 공적 공간·건물은 팔각, 민간은 사각을 사용했다.
또, 시각적인 면에서 사각보다 더 세밀한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팔각정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다.
팔각정의 유래에 대해 ‘‘역경’에서 하늘은 ‘7’, 땅은 ‘8’이라 했기 때문에, 땅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자 산이나 절벽처럼 높은 곳에 땅의 수인 팔각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라거나 ‘불교에서 8이 깨달음으로 가기 위한 완성 단계를 뜻함에 따라 삼국시대 이래 불교관련 건축물에 대부분 팔각의 상징이 들어가 팔각 석탑이 많아졌다’는 설도 있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울 만큼 '덕유산'은 여성의 기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여성의 기가 너무 강하다고 하여 ‘상제루’를 지어 기를 눌러 음양의 조화를 이루도록 지었다고 한다.
또, ‘상제루’에서 바라보는 향적봉과 능선들이 봄에는 연두색 신록으로, 가을엔 오색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하얀 상고대의 설경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며, 싱그러운 자연과 함께 즐기는 맛의 천국 설천봉 레스토랑이 옆에 위치해 있다.
무주군 덕유산은 한겨울 설산과 일출로 유명하다. 설천봉까지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된다. 곤돌라로 가뿐히 이동할 수 있다.
이곳에서 정상 향적봉까지는 쉬엄쉬엄 올라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주변은 온통 하얀 세상이고, 팔각정 휴게소 상제루의 지붕은 서리꽃인 상고대로 뒤덮여 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가는 길에서 환상적인 상고대 터널을 만난다. 터널을 이루는 나뭇가지는 눈꽃으로 뒤덮여 순록의 뿔처럼 몽실몽실하다. 그 사이로 하늘은 하얀 눈 위로 파란 잉크물을 쏟아낼 듯하다. 햇빛을 받은 눈꽃은 보석처럼 영롱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떠오른다.
은빛 세상을 연출하는 ‘눈꽃’은 많은 발길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추위에 민감하고 오랜 시간 등산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그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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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상제를 연상시키는 '상제루'가 상고대에 쌓여서 천상의 풍경을 연상케 하고 있는 가운데 불에 타 한 점의 잿더미로 남아 아쉽기만 하다.
‘상제루’는 그동안 아름다운 모습과 건축미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스키어들은 물론, 덕유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이자 대표적인 설경 명소가 사라지면서 방문객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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