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를 바라면서 23일에 걸쳐 800㎞ 걷기 대장정을 완수한 사람이11일 본보를 방문했다. 주인공은 전주 사람 진현천씨이다. 그는 2019년 6월 12일 충남 논산 돈암서원을 출발해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함양 남계서원, 달성 도동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병산서원·도산서원을 거쳐 세계유산 등재 발표 하루 전날인 7월 5일 종착지인 영주 소수서원에 도착했다.
그는 과거에 배낭에 ‘서원답심(書院踏尋)’의 의미와 작은 현수막 아래 쓰인 ‘罔違道以干百性之譽(망위도이간 백성지예)’를 달고 다녔다. ‘답심’은 서원의 ‘심원록(尋院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망위도이간 백성지예’는 도를 어기어 백성의 기림(국민의 표)을 받으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1858년 무성서원(武城書院) ‘심원록(尋院錄)’이 보인다. 1858(무오)부터 1879년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동안 전라도 태인현 고현내면에 위치한 무성서원의 사당에 참배하러 온 사람들의 방명록이다. 무성서원이 위치한 태인현 고현내면 원촌리는 여러차례의 행정구역 통폐합 과정과 명칭 변경을 거쳐 오늘날 이곳은 전라북도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이다.
영천 임고서원 전적은 1991년 12월 16일 보물로 지정됐다. 전적의 수량은 10종 25책이다. ‘심원록(尋院錄)’은 임고서원이 창건된 1553년(명종 8) 이후부터 조선 후기까지 이곳을 내방한 인사들의 명단을 기록한 책. 6책의 필사본이며 방문자들의 본관과 성명 ·자(字) ·방문일 ·거주지 등을 적었다.
올해는 전국 9개 서원이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지 5년이 되는 해다. 2019년 7월 6일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전국 9개 서원을 ‘한국의 서원’으로 세계유산으로 올렸다. 아홉 개 서원은 정읍의 무성서원을 비롯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도동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이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 마을 지식인들이 건립한 성리학 교육시설이다. 중국의 서원이 모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중국 서원이 초기 사립학교에서 후에 관학으로 발전하고, 관료 양성이 목적이었다면 우리나라 서원은 처음부터 줄곧 사립 교육기관의 역할을 담당했고,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기능의 역할이 컸다. 출세보단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배우고 익히며 학식과 인품을 갖춘 진정한 선비의 품성을 갖춘 인간을 키우고자 했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나라가 위급할 땐 붓 대신 칼을 들었다. 일제 강점기인 1906년에는 을사늑약에 항거하는 병오창의가 일어났는데, 서원 중 유일하게 항일의병이 일어난 곳이 정읍 무성서원이다. 면암 최익현과 둔헌 임병찬이 주도한 이 사건은 호남 최초의 항일 의병운동이기도 하다. 서원 밖 오른쪽 마당에 항일 의병을 기리는 ‘병오창의기적비’가 세워져 있다. 그는 최근 들어 2024 전주도서관 출판 제작 선정 사업에 선정, ‘길에서 다시 깨어나기-드러나지 않은 덕을 찾아서 1권 도상사유(지은이 걷는사람, 펴낸 곳 직립보행)’를 펴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한국의 서원, 800km 서원답심 항행(抗行)길이 이번에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을 보노라니 참으로 반갑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북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견훤이 신라말 임실에서 대를 쌓고 활을 쏘았다’[‘운수지(雲水志) 을묘본’을 다시보니] 견훤대의 자세한 이야기와 이두연의 작품 소개 (0) | 2024.11.12 |
---|---|
‘전주 서문 밖 30리’가 콩쥐팥쥐의 고향' 1919년에 나온 박건회의 소설 ‘대서두서’ 발간... 팥쥐의 악행을 알게 된 전라감사가 사지를 찢어 죽이는 장면도 나와 (0) | 2024.11.12 |
새전북신문, '2024 시니어 코리아 선발대회' 앞두고 22일까지 참가 신청 (1) | 2024.11.11 |
<전북일보> "후백제의 날 지정, 대형 축제 만들어야"...이종근도 토론자로 참여 (3) | 2024.11.07 |
"후백제의 날 지정, 대형 축제 만들어야"...이종근도 토론자로 참여 (0) | 2024.11.07 |